남재준 국정원장 자진 사퇴할 수도

거세지는 남재준 책임론... '국정원 감싼 대통령 탓' 지적도

등록 2014.03.10 22:56수정 2014.03.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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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2월 국정원개혁특위에 국정원 자체개혁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도착,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2월 국정원개혁특위에 국정원 자체개혁안 보고를 위해 국회에 도착, 본청에 들어서고 있다.남소연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유감을 나타냈다. 또 철저한 검찰 수사를 주문하고 책임자 문책과 추가 국정원 정비에 나설 뜻을 밝혔다.

침묵해 오던 박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유감 표명은 어쩔 수 없이 떠밀린 성격이 짙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안현수 선수 논란, 염전노예 사건 등 사회적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모든 사건들에 세세하게 언급해오면서도, 정권에 불리한 사건에는 어김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편의적' 만기친람 리더십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 실태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정치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국정원이 간첩 혐의 재판 무죄판결을 뒤집기 위해 외교문서를 조작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정권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2년차에 들어선 박근혜 정부의 순항 여부를 가를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주요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었다.

거세지고 있는 남재준 원장 사퇴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박 대통령의 책임자 문책 방침과 관련,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원은 현재 문건 위조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몰랐다면 정보기관으로서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고, 위조에 개입했다면 간첩 잡는 국정원이 도리어 국가보안법 상 무고 날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국정원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 1심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국정원이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거나, 증거위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정원은 증거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오히려 거짓 해명을 하면서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미 남재준 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여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증거 위조로 간첩을 만드는 시대는 한참 지났고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그 어떤 공작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는다"며 "남 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상응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또 여당인 새누리당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 수습용 경질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남 원장 사퇴론이 거세게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명예를 중요시하는 남 원장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자진 사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정원 관계자는 "부끄럽고 자괴감이 든다"며 "남 원장은 명예 하나로 살아온 분이니 책임감을 느끼면 본인이 사퇴를 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만큼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거조작 사태 근본 원인은 대통령의 감싸기

남재준 원장의 거취와 관계 없이 사상 초유의 증거 조작사건의 최고 책임자는 박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이은 국기문란 사건이 또다시 국정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이 사회 전 부분의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면서도 유독 국정원의 비정상을 감쌌던 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의 경우 전임 정권의 일이라고 선을 긋고 피했지만,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정원장 밑에서 일어난 일이라 빠져나갈 구멍도 없다. 

박 대통령은 대선개입 사건에도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국정원의 '셀프 개혁'은 결국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이 이번 증거조작 사건에 책임회피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박 대통령의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사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며 추가로 국정원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하지만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남재준 #박근혜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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