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보약?"... 서울교육청 강연 '후폭풍'

친환경급식 후퇴에 관련단체들 항의... A중학교에선 집단 식중독 발생

등록 2014.03.13 20:42수정 2014.03.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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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벌인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학부모 연수 자료집.
지난 11일 벌인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학부모 연수 자료집. 윤근혁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급식에 사용토록 한) GAP(우수인증 농산물)는 식중독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농식품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 대강당. 정덕화 경상대 교수가 서울지역 전체 초중고 학부모 1100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연 학교급식 학부모 모니터요원 연수 행사에서다. 이 자리에는 문용린 교육감도 참석해 학교급식 식재료 안전지킴이 발대식도 열었다.

"농약은 과학!"... 강연에 화난 학부모들

정 교수는 친환경 급식 비율 줄이기에 나선 서울시교육청이 GAP 식품의 우수함을 학부모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초빙한 강사였다.

정 교수가 강연을 마치자 류재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과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주제는 '학교급식 안정성 관리'였지만, 핵심 내용은 농약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이 벌인 학교급식 학부모연수 자료집.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이 벌인 학교급식 학부모연수 자료집. 윤근혁

류 과장이 발표한 PPT자료를 입수해 살펴 보니 그는 결론 부분에서 "농약이 과학이다!"고 강조했다. "농약이 의약품 이상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가 끝난 시각은 오후 12시쯤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중학교 학생 635명과 교직원 60명이 숟가락을 들었다. 이 학교는 서울시가 만든 친환경유통센터와 맺은 계약을 올해 2월부터 끊었다. 대신 서울시교육청 권고에 따라 일반 급식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업체는 서울시교육청이 식중독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우수인증 농산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급식을 먹은 학교 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 설사와 구토를 했다. 이 학교가 12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한 '상황 보고서'를 보면 환자 수는 모두 175명이었고, 이 가운데엔 교직원 4명도 있었다. 13일 오전 현재 입원 학생은 없지만 18명의 학생이 통원치료 등을 받고 있다.

황당한 급식 강연과 같은 시각에 터진 집단 식중독 사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13일 오전 친환경무상급식과안전한먹거리 서울연대,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 국민연대, 아이건강 국민연대 소속 학부모와 시민들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농약 홍보 강연과 집단 식중독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농약 팔러 온 줄 알았어요!", "농약 뿌린 농산물이 안전하다? 교육감님 많이 드세요"와 같은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교육청의 친환경 급식 방해 행위를 규탄했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 국민연대 상임위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 GAP '농약 급식은 과학'이라면서 친환경 급식을 방해하고 영리 목적인 급식업자들과 계약을 맺을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런 정책이 집단 식중독 상황으로 몰고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13일 오전 서울지역 학부모와 시민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약 급식' 정책을 규탄했다.
13일 오전 서울지역 학부모와 시민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약 급식' 정책을 규탄했다. 윤근혁

참석자들은 "농약이 과학이라면 농약 급식은 보약이냐?"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김희서 서울 천왕초 학교운영위원장도 "2010년 식중독 사고가 터져 서울시가 친환경유통센터를 만들었는데, 문 교육감은 왜 이 센터와 계약을 끊고 영리업자에게 학교급식을 맡기는지 모를 일"이라고 의아해했다.

교육시민단체들 "급식재료 개악 정책 포기하라"

이날 참석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서울시교육청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친환경유통센터를 죽이고 사기업체 살리기에 나선 것은 사기업체 이익 챙겨주기"라면서 "게다가 '농약이 과학'이라면서 식자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서울의 학부모는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에 ▲ 급식재료 개악 정책 포기 ▲ 친환경 식재료 권장비율 원상회복 ▲ '농약 연수' 책임자 문책 ▲ 친환경무상급식 추진 등을 위한 공개 토론회와 대책회의 개최 등을 요구했다.

서울지역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부터 '서울시교육청의 농약 급식 반대 1만인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농약이 과학 #학교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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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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