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이 벌인 학교급식 학부모연수 자료집.
윤근혁
류 과장이 발표한 PPT자료를 입수해 살펴 보니 그는 결론 부분에서 "농약이 과학이다!"고 강조했다. "농약이 의약품 이상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강의가 끝난 시각은 오후 12시쯤이었다.
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A중학교 학생 635명과 교직원 60명이 숟가락을 들었다. 이 학교는 서울시가 만든 친환경유통센터와 맺은 계약을 올해 2월부터 끊었다. 대신 서울시교육청 권고에 따라 일반 급식업체와 손을 잡았다. 이 업체는 서울시교육청이 식중독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우수인증 농산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급식을 먹은 학교 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 설사와 구토를 했다. 이 학교가 12일 오후 2시 30분 현재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한 '상황 보고서'를 보면 환자 수는 모두 175명이었고, 이 가운데엔 교직원 4명도 있었다. 13일 오전 현재 입원 학생은 없지만 18명의 학생이 통원치료 등을 받고 있다.
황당한 급식 강연과 같은 시각에 터진 집단 식중독 사태에 대해 학부모와 교육단체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13일 오전 친환경무상급식과안전한먹거리 서울연대,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 국민연대, 아이건강 국민연대 소속 학부모와 시민들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농약 홍보 강연과 집단 식중독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농약 팔러 온 줄 알았어요!", "농약 뿌린 농산물이 안전하다? 교육감님 많이 드세요"와 같은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교육청의 친환경 급식 방해 행위를 규탄했다.
배옥병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 국민연대 상임위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 GAP '농약 급식은 과학'이라면서 친환경 급식을 방해하고 영리 목적인 급식업자들과 계약을 맺을 것을 지시했다"면서 "이런 정책이 집단 식중독 상황으로 몰고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