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 스킬컷
인디스토리
게이호스트들의 삶을 다룬 퀴어영화 <후회하지 않아>. 10년 가까이 된 영화지만, 본격적인 한국 퀴어영화의 시초로서 당시 수많은 폐인들을 양산하며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렀다. 영화에서 게이호스트들의 삶을 유달리 화려하게 묘사하거나 포장 하진 않았지만, 멋진 배우들과 유흥업 자체의 특수성 때문에 게이호스트들의 삶은 흔히 화려하고 비극적인 드라마 같은 삶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 호스트로 일하는 사람들을 잘생기고 젊어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래야 성을 사러 오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구미가 당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 호스트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너머, 그들의 삶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게이 호스트란 늘 잘생겨야 하고 화려해야 하는 법이다.
실제로 성소수자 관련 사이트의 구인란에는 "고소득"과 "화려한 삶"을 보장하며 젊은 청년들을 유혹하는 글이 즐비하다. 또한 보도 프로그램에서는 관련 현상을 취재하면서, "잘생기고, 화려하고, 쉽게 돈 버는 직업"이라는 편견을 확대 재생산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런 인식속에서 성을 구매하는 사람도 죄책감 없이 성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취재에 따르면, 이러한 편견과는 다르게 게이 호스트에 일하는 사람들은 대게 20대 초중반의 사회경제적 약자인 아이들이 많았다. 20대 초중반의 나이는 아직 교육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은 대게 시급 5천원의 단순 노무 알바 등이 많다. 이런 일을 해서 아이들이 벌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80만원 남짓. 당장 돈이 필요하거나, 홀로 경제 생활을 해야하는 사회적 약자일수록 이런 유혹에 더 빠지기 쉽다. 대다수의 업소들은 당일지급/숙식제공 등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초중반의 게이호스트들이 하는 일은 대게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며 말벗을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유사성행위나 '2차'가 일어나는 일도 빈번하다. 호스트 아이들이 술자리에 서너 시간 동석하는 댓가로 받는 돈은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선, 여기에 2차를 나가면 추가로 돈을 받는다.
밤새 일한다 해도 최고 하루 20~30만 원을 넘기기 쉽지 않다. 그나마 이런 경우도 손님에게 초이스 되고 2차까지 나가는 경우이고, 초이스가 없거나 2차를 나가지 않으면 수입은 훨씬 줄어든다. 이론상으론 월 300~500의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공치는 날도 많기 때문에 당초 보장만큼 고수익이 아닌 경우도 많다.
또한 음지의 일이며 그들 자신이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중 굴레 때문에 임금체불이나, 성병 등의 문제에서 보호받지 못하며, 야간에 일하고 술담배에 항상 노출되며, 진상 손님들에게 시달리는 근무여건은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같은 성소수자 아이들이 같은 정체성을 가진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서 일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런 일들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반대중들은 게이호스트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잘생기고 화려한 남자'들의 이야기로 포장해서 받아들이길 좋아하고, 호스트 개인의 문란함과 욕심으로 돌리기 좋아한다. 정작 어린 아이들의 성을 팔아 수입을 챙기는 업주나, 그들을 음지로 내모는 사회적 차별과 88만원 세대의 취약한 경제적 배경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일반 술집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온 손님들은 그곳에서 '본전'을 찾으려 하고, 아이들은 그 만큼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업주는 뒤에서 미소짓는다. 오래 가지 못해서 아이들은 일을 그만두고, 그곳은 돈이 급해 찾아온 '뉴페'들로 채워지고, 미싱은 계속 잘도 돌아간다. 음지의 일이면서, 사회적 소수자이기까진 한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누가 이 아이들에게 빛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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