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지은이 현진┃펴낸곳 담앤북스┃2014.3.10┃1만 4000원
담앤북스
농담(濃淡)을 더해가는 붓놀림으로 비오는 날 풍경이 그려지듯이 스님의 생각과 느낌, 일상에 따른 소소한 이야기들이 사연을 더해가며 산승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언뜻 보기에는 수묵화처럼 담백해 보이지만 곰곰이 새기다보면 채색화만큼이나 알록달록한 사연이 가득합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을 보다가 마음에 와 닿은 명언이 있어서 밑줄을 그어 두었는데 소개하면 이렇다."질서가 잡힌 나라에서는 발전을 부富로 측정하지 않는다. 국민과 지도자의 순결만이 국가의 진정한 재산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순결은 사회 윤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정의가 바로 선 나라가 선진국이다. 다시 말해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가 강국이 아니라 신뢰가 형성된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라는 말이다. 그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보다는 국가 지도자의 청렴 수준이 높을 때 그 나라는 희망이 있는 국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 지도자의 순결 점수는 어떤가? 이 순결 점수가 높아야 선진사회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16쪽-어떤 이야기는 아직 여린 감성이 아직 남아있는 사춘기 소년의 풋풋함이고, 어떤 이야기는 세상만사를 걱정하는 어른의 마음이며, 어떤 이야기는 농부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야기 중에는 흐르는 세월도 들어있고, 구구절절한 사연도 담겨있지만 그래도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는 건 수행자의 눈에 비친 구도며 흐릿해진 마음을 닦아주는 지혜입니다.
속세를 떠난 구도자의 삶이지만 작금의 세상을 걱정하는 스님의 마음은 격정적입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빌어한 스님의 말씀이 백 번 맞습니다. 국가나 사회, 어떤 단체나 조직 할 것 없이 그 조직의 리더가 어떤 가치를 갖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추구하는 선진국은 오직 부강(富强)한 선진국입니다. 팽배한 금전만능주의, 돈만 잘 벌면 된다는 경제우선논리에 사회적 도덕성과 정치적 정의는 치명적이라 할 만큼 훼손 된지 오래입니다.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 사람 사는 세상이 평등하면 원망의 말이 적고, 수면이 잔잔하면 한쪽으로 물길이 쏠리지 않는 법이다. 이러쿵저러쿵 백성들의 불만이 많으면 난세다. 올바른 정치가 행해지면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정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온전한 정치라면 무엇보다 서민들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산골 촌로의 입에서 나라를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장터의 아주머니들 표정이 밝지 않으면 잘못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61쪽-스님은 걱정하고 또 걱정합니다. 시궁창 냄새가 풀풀 나는 청렴도를 걱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한 정치에 시달리고 있는 산골 촌로의 마음을 빌어 세상 돌아가며 남기는 흔적인 작금의 정치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휴가 간 공양주 보살을 대신해 밥을 해먹으며 살던 이야기로는 주부들의 노고와 식사야 말로 큰일이라는 걸 강조하고,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모습, 짐짝처럼 실려 가는 개들을 보면서 격노하는 감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와 순리를 들려줍니다.
행복은 쫓아 다니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