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지도자 순결 점수 높아야 선진사회"

[서평] 현진 스님이 사는 이야기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등록 2014.03.16 16:41수정 2014.03.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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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 밥을 해 먹어 봐야 매끼마다 밥을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을 알게 됩니다. 이래저래 식사는 대사입니다.
직접 밥을 해 먹어 봐야 매끼마다 밥을 짓는 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을 알게 됩니다. 이래저래 식사는 대사입니다.임윤수

산승, 한적한 산사에서 수행중인 스님이라고 해서 염불만하고 독경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스님도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며 사는 사람입니다. 스님도 사람이기에 사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니 감상에 젖을 때도 있고, 세상이 걱정 될 때도 있을 겁니다.

꽃피는 봄에는 나비가 되어 날고 싶고, 녹음 우거지는 여름에는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이 그리울 겁니다. 좋은 소식이 들리면 기쁘고, 슬픈 소식이 들리면 슬프고, 나쁜 소식이 들리면 걱정이 되고, 화나게 하는 소식이 들리면 솟구치는 화를 달래기 위해 헛기침을 하듯 독경을 할지도 모릅니다.


현진 스님이 사는 이야기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지은이 현진, 펴낸곳 담앤북스)는 산사에서 수행중인 현진 스님이 당신의 감정과 느낌, 당신이 살아가며 겪는 일들을 비 오는 날 수채화를 그려내듯이 글씨 붓으로 그렸습니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지은이 현진┃펴낸곳 담앤북스┃2014.3.10┃1만 4000원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지은이 현진┃펴낸곳 담앤북스┃2014.3.10┃1만 4000원 담앤북스
농담(濃淡)을 더해가는 붓놀림으로 비오는 날 풍경이 그려지듯이 스님의 생각과 느낌, 일상에 따른 소소한 이야기들이 사연을 더해가며 산승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언뜻 보기에는 수묵화처럼 담백해 보이지만 곰곰이 새기다보면 채색화만큼이나 알록달록한 사연이 가득합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을 보다가 마음에 와 닿은 명언이 있어서 밑줄을 그어 두었는데 소개하면 이렇다.

"질서가 잡힌 나라에서는 발전을 부富로 측정하지 않는다. 국민과 지도자의 순결만이 국가의 진정한 재산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순결은 사회 윤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정의가 바로 선 나라가 선진국이다. 다시 말해 국민 소득이 높은 나라가 강국이 아니라 신뢰가 형성된 나라가 진정한 강국이라는 말이다. 그 나라 국민의 생활수준보다는 국가 지도자의 청렴 수준이 높을 때 그 나라는 희망이 있는 국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와 국가 지도자의 순결 점수는 어떤가? 이 순결 점수가 높아야 선진사회라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16쪽-

어떤 이야기는 아직 여린 감성이 아직 남아있는 사춘기 소년의 풋풋함이고, 어떤 이야기는 세상만사를 걱정하는 어른의 마음이며, 어떤 이야기는 농부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이야기 중에는 흐르는 세월도 들어있고, 구구절절한 사연도 담겨있지만 그래도 강줄기처럼 흐르고 있는 건 수행자의 눈에 비친 구도며 흐릿해진 마음을 닦아주는 지혜입니다.


속세를 떠난 구도자의 삶이지만 작금의 세상을 걱정하는 스님의 마음은 격정적입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빌어한 스님의 말씀이 백 번 맞습니다. 국가나 사회, 어떤 단체나 조직 할 것 없이 그 조직의 리더가 어떤 가치를 갖느냐에 따라 그 조직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추구하는 선진국은 오직 부강(富强)한 선진국입니다. 팽배한 금전만능주의, 돈만 잘 벌면 된다는 경제우선논리에 사회적 도덕성과 정치적 정의는 치명적이라 할 만큼 훼손 된지 오래입니다.    

인평불어人平不語 수평불류水平不流. 사람 사는 세상이 평등하면 원망의 말이 적고, 수면이 잔잔하면 한쪽으로 물길이 쏠리지 않는 법이다. 이러쿵저러쿵 백성들의 불만이 많으면 난세다. 올바른 정치가 행해지면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정치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온전한 정치라면 무엇보다 서민들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산골 촌로의 입에서 나라를 향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장터의 아주머니들 표정이 밝지 않으면 잘못된 정치를 하는 것이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61쪽-

스님은 걱정하고 또 걱정합니다. 시궁창 냄새가 풀풀 나는 청렴도를 걱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평등하지 못한 정치에 시달리고 있는 산골 촌로의 마음을 빌어 세상 돌아가며 남기는 흔적인 작금의 정치를 걱정하고 계십니다. 

휴가 간 공양주 보살을 대신해 밥을 해먹으며 살던 이야기로는 주부들의 노고와 식사야 말로 큰일이라는 걸 강조하고, 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모습, 짐짝처럼 실려 가는 개들을 보면서 격노하는 감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와 순리를 들려줍니다.  

행복은 쫓아 다니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것

 어리석은 강아지는 꼬리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 잡을 수 없는 꼬리를 잡으려 헛수고를  반복 합니다.
어리석은 강아지는 꼬리에 행복이 있다고 생각해 잡을 수 없는 꼬리를 잡으려 헛수고를 반복 합니다.임윤수

귀여운 강아지가 자신의 꼬리를 뒤쫓으며 빙빙 돌고 있는 것을 보고 어미 개가 왜 그러냐고 물어 보았다. 그때 강아지는 행복이 자신의 꼬리에 있기에 뒤쫓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꼬리를 잡기만 하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때 어미 개는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

"나도 개에게 행복은 꼬리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내가 나 자신의 일에 열중할 때 그 꼬리는 자연히 나를 따라오기 때문에 그것을 뒤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단다."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175쪽-

에어컨 바람보다 선풍기 바람이 좋고, 선풍기바람보다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이 좋은 건 산바람에는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이 살아가는 모습, 자연이 만들어내는 질서와 지혜가 실렸기 때문입니다.

세상과 한 걸음 떨어져 살면서도 세상을 등지지 않은 마음, 속세와 조금 다른 환경에 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를 읽다보면 내 마음을 정리한 비망록 같고, 내 이야기를 대신한 일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 사람 사는 이야기야 말로 불이不二 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산채비빔밥 같은 식감, 처마 끝에 매달려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뎅그렁 거리며 울려주는 풍경소리만큼이나 텁텁해진 마음을 청아하게 씻어줄 산승이 살아가는 모습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낙수처럼 한 꼭지의 사연과 두 꼭지의 이야기로 책 속에서 펼쳐집니다. 

탁발바랑을 메고 세속을 떠난 산승이 탁발바랑을 가득 채우며 시주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시간이 될 거라는 걸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지은이 현진┃펴낸곳 담앤북스┃2014.3.10┃1만 4000원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지음,
담앤북스, 2014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현진 #담앤북스 #탁발바랑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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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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