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관 <주변인과 문학>(계간지) 발행인
심규상
"구독자를 기준으로 <창작과 비평>(계간)을 넘어서는 게 목표입니다."허세가 아니다. 변방에서 시작한 한 종합문예지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해 12월 창간호를 내자 단숨에 1000여 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최근 펴낸 '2014년 봄 호의 정기구독자는 1200여 명이다. 종합문예지 분야 베스트셀러(2위)다. 계간 <주변인과 문학>.
전국에서 발행되는 종합문예지는 대충 꼽아도 수백여 개에 달한다. 이중 작품 수준과 원고료 수준, 독자 수 등으로 거르다 보면 인정받는 문예지 수는 크게 줄어든다.
<창작과 비평> <작가세계> <문학동네> <문학과 사회> <현대 문학>… 등 권위 있는 문예지는 죄다 서울에서 발행된다. <주변인과 문학>은 경남 양산에서 발행된다. 필진과 구독자는 전국을 망라한다. 입소문을 타고 전해오는 평판도 좋다.
꽃샘추위가 한창인 때 양산으로 달려가 김명관 발행인(51)과 대면했다.
"등단 장사 안 하고 원고료 주는 문예지"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기에 하필 계간지 창간에 뛰어 들었냐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 느리지만 또박또박 답했다.
"누구나 한 편의 시를 암송하고 따뜻한 수필을 읽으며 미소 짓고 눈물 글썽이던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밤을 밝히며 소설을 읽었지요. 삶의 기초는 문학을 통해 길러진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더 늦기 전에 다음 세대와 시, 수필, 소설을 읽으며 감성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왜 양산이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미친 거죠. 적자를 각오하고 덜컥 경영을 책임진다고 했어요."김 발행인은 10여 년 넘게 <양산시민신문>(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혁적 성향을 가진 40여 개 풀뿌리 지역신문사들의 연대모임인 '바른지역언론연대'의 회장을 맡았다. 고전하고 있는 지역 언론계 상황을 감안하면 하나만 챙기기에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
"등단장사 하지 않고 원고료 제대로 주는 좋은 문예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변방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숨어 있는 좋은 시인, 소설가를 찾아내고 싶었죠. 마침 같은 뜻을 가진 인사들이 주변에 있더군요. 양산시민신문을 운영하는 방식 그대로 저는 경영만 책임지고 작품선정 등 편집은 8명의 편집위원이 전담하고 있어요."창간호 속표지에는 '세계 문학사의 한 발원지, 마침내 큰 바다를 만듭니다'는 문구가 실려 있다.
"문학철 편집인이 창간 세미나에서 한 말이 예요. '한국문학의 범주를 넘어 세계문학사의 한 발원지를 형성하고 다양한 지류를 모아 마침내, 큰 바다를 만들어 내겠다'고 하더군요. 제 꿈이기도 합니다.""'주변인'은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 자각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