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단장 국립발레단 첫 작품 성공적인 출발

[리뷰]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등록 2014.03.17 19:31수정 2014.03.1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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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13일 15일 공연 감자티 역의 이은원과 솔로르 역의 이동훈. 각자 완벽한 기량과 호흡으로 2인무를 선보였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13일 15일 공연 감자티 역의 이은원과 솔로르 역의 이동훈. 각자 완벽한 기량과 호흡으로 2인무를 선보였다. 문성식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3월 13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되었다.

2014년 올해 국립발레단 제7대 예술감독으로 강수진이 부임한 이래 첫 작품으로 <라 바야데르>를 올리게 되었다. 2013년 국립발레단이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볼쇼이 버전과 다르게 국립만의 특성을 살려 야심차게 준비했던 신작이었으며, 공연의 흥행과 더불어 입소문으로 다시 보고 싶은 공연으로 손꼽혔던 이유이다.


이번 <라 바야데르>는  4일동안 5회 공연으로, 니키아에 김지영, 김리회, 박슬기, 이은원, 솔로르에 이동훈, 정영재, 이영철, 김기완, 감자티에 이은원, 신승원, 박슬기로, 작년보다도 더욱 다양한 주역 무용수의 캐스팅으로 매 공연마다 같은 캐릭터의 다른 색깔을 느낄 수 있었다.

3월 12일 프레스리허설에서 본 이번 <라 바야데르>는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더욱 이야기전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음악의 깊이나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가 농익은 모습이었다. 또한, 국립발레단 최초로 여성지휘자 주디스 얀이 지휘를 맡았는데, 1막 전주에서부터 오케스트라가 평소에 비해 확연히 풍성하고 안정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막에서 이동훈의 솔로르는 더욱 늠름해졌으며, 김지영의 니키아는 말할 것 없이 순수하면서도 김지영 특유의 세련미를 잃지 않는 점이 좋았다. 이영철의 브라만은 더욱 인간적인 모습이 되었으며, 이은원의 감자티는 더욱 사랑스럽고도 카리스마 있어졌다. 이동훈 솔로르와 이은원 감자티의 만남 장면은 사랑스러운 동작과 춤사위가 한편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그리고 국왕 역의 이재우는 왕으로서의 근엄함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13일 15일 공연에서 니키아를 맡은 김지영.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면서도 순수함으로 니키아를 표현했다.
13일 15일 공연에서 니키아를 맡은 김지영.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면서도 순수함으로 니키아를 표현했다.문성식

2막 솔로르와 감자티의 약혼을 축하하는 호화로운 연회는 각종 군무와 금색신상의 이국적인 춤이 보는 재미를 더하였다.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음악인데, 금색신상의 웅장함은 강박을 잘 강조하고, 다음 물항아리 소녀의 춤은 경쾌한 바이올린의 트릴과 실로폰 소리가 익살스럽게, 노예들의 남녀3인무와 북춤은 박력 있게, 여성4인무는 우아하게, 음악이 웅장하면서도 경쾌하고 또한 단정하게, 한마디로 춤을 잘 출수 있게 너무나도 잘 받쳐주고 있었다.

이어진 감자티와 솔로르의 2인무에서 이동훈과 이은원은 언제나 그랬듯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완벽한 호흡과 우아한 춤사위를 펼쳤다. 이동훈의 공간을 휘도는 완벽하고 높은 점프는 단연 최고였으며, 이은원의 회전동작과 손동작 역시 우아하고 기품이 있었다.


김지영은 첼로의 처연한 선율과 함께 처절한 슬픔이 묻어나올 것 같은 표정과 동작으로 두 약혼자 때문에 슬픔에 빠진 니키아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 결국 니키아는 자신의 사랑을 굽히지 않다가 감자티의 계략으로 전달받은 꽃바구니 사이에 담겨있던 독사에 물려 죽게 되고, 슬픔에 찬 솔로르는 연회장을 떠난다. 

3막 시작, 푸른 조명 아래 솔로르는 더할 수 없는 슬픔에 잠겨있다. 32명 망령들의 춤이 <라 바야데르>의 백미인데, 이날 공연 역시 느린 템포로 하나씩 무대에 등장하며 점차 32명 모두 무대에 가득차 사랑의 망령들이 우아한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 망령 속에서 니키아가 등장한다. 푸른 조명과 흰색 군무진 속에 김지영과 이동훈의 2인무는 우아하고도 슬픔에 잠겨 있다. 긴 흰색 띠를 마주 잡고 니키아는 사랑과 슬픔을 표현한다. 3막에도 이동훈의 높은 점프 동작이 긴 여운을 남기며 마지막은 둘의 듀엣으로 솔로르가 멀리 니키아를 그리며 끝난다.


 3막은 '발레 블랑' 중 가장 큰 규모로 32명 무용수가 흰색 튀튀를 입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춤을 선보인다.
3막은 '발레 블랑' 중 가장 큰 규모로 32명 무용수가 흰색 튀튀를 입고 아름답고 서정적인 춤을 선보인다.문성식

공연 마지막날인 16일 공연의 니키아는 이은원, 솔로르에 김기완, 감자티에 박슬기, 브라만은 이영철, 황금신상에 이동훈이었다. 앞 날 공연에서 감자티를 맡았던 이은원은 순수하지만 강인하게 사랑을 지키는 여인의 모습으로 니키아를 잘 그려내었다. 박슬기의 감자티는 이은원의 앞선공연의 감자티가 성숙하고 세련된 여왕의 이미지가 있었다면, 박슬기는 깜찍하고 야무진 공주같은 느낌을 주었다. 김기완의 솔로르는 1막에서보다 2막, 3막으로 가면서 푸른 조명과 사랑의 표현을 깊이하는 대목으로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면이 있었다.

또한 16일 공연 전체적인 관객의 호응도는 좋았으며, 발레 무용수들의 멋진 동작에는 어김없이 브라보와 박수갈채를 보내주었다. 2막 궁정 연회장면에서 박슬기와 김기완은 각각 깔끔하고 시원한 턴 동작으로, 이은원 역시 3막에서 완벽한 턴 동작을 보여주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동훈의 황금신상은 등장만으로도 환호를 받았다.

새로운 단장과 새로운 출발, 첫 작품으로 성공적인 2014년 항해의 시작을 알린 국립발레단의 올 한해, 기대된다.

 이은원씨.
이은원씨.박순영

해가 바뀌어도, 단장님이 바뀌어도 무용수들의 매일은 똑같다. 연습하고, 공연하고, 몸 관리하고, 또 연습한다. 몸을 쓰는 일이라 하루만 쉬어도 몸이 안다. <라 바야데르>의 프레스리허설이 끝나고, 짧은 휴식시간을 틈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은원을 만나보았다.

- 오랜만입니다. 이번 작품소개와 배역설명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이은원입니다. 이번 <라 바야데르>에서 감자티와 니키아 역을 맡았구요.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 중 가장 큰 규모의 작품인데요. 3막 '망령들의 춤'에서는 흰색 튀튀를 입은 32명 군무의 아름다운 '발레 블랑'을 볼 수 있습니다. '발레 블랑'이란 흰색 튀튀를 입고 서정적인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발레를 말하는데요. <지젤>이 그 대표적 예죠."

- 이번 작품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라면?
"1, 2막은 인도풍의 볼거리와 주역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을 볼 수 있고요. 1막은 특히 감자티와 니키아의 팽팽한 경쟁구도, 2막은 황금신상이 온몸에 금색칠을 한 부분이 볼거리예요. 여러 주역 무용수마다 표현하는 방식이나 드라마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점들 눈여겨보면 재밌을 겁니다. 3막 망령들의 춤의 32명 군무의 '발레블랑'은 당연히 하이라이트죠."

- 니키아와 감자티 두 역할을 동시에 맡으셨죠? 본인에게 어떤 캐릭터가 더 맞는지.
"니키아는 인도의 무희로서 순결하고 고귀한 여성이고요. 감자티 역시 우아하지만 강인하고 절대로 지지 않는 여성입니다. 니키아를 출 때 더 마음이 편해요. 감자티는 테크닉적인 면도 강해서 힘든 면도 있는데, 제가 감자티를 할 때는 니키아 역이 발레 대선배이신 김지영 언니잖아요. 솔직히 더 많이 긴장이 되죠. 그래서 저 혼자 니키아 할 때가 좀 더 편한 거 같아요. 너무 솔직했나?(웃음)

-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호두까기 인형을 국립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이 하는 것을 어릴 때 봤는데요. 제 또래의 친구들이 예쁜 옷을 입고 아름다운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완전히 반했어요. 그게 시작이었죠."

- 발레하다가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나요?
"사람이니까 다 좋을 순 없잖아요. 마음 안에 담아두는 성격이 아니라 밖으로 표출하는 성격이라 한번 잠자고 나면 다 잊어버려요. 또 스트레칭이나 요가동작, 마사지로 근육이나 몸에 무리가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도 하고요."

- 본인이 맡았던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의 배역은?
"작년에 롤랑프티의 밤을 했어요. 그때 했던 <아를르의 여인> 비베트 역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프레데릭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여인이잖아요. 클래식 발레와는 또다른 롤랑프티만의 모던 발레가 배울게 많고 그래서 그 여운이 아직까지 남는거 같아요."

- 2014년의 계획은?
"제가 스스로 책임질 나이가 됐잖나요(이은원 1991년생). 올해 국립에서 주어지는 역할 잘 맡으면서 무용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몸 관리, 몸 다치지 않게 잘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늘 그렇지만, 목표라면 목표일까요?(웃음)"

잠시의 휴식을 빼앗은 것은 아닌지. 인터뷰는 또 그다음 연습일정으로 아주 짧게 마무리되었다. 분명히 그녀에게 물어볼 말이 많았을텐데, 아쉽다. 다음에는 더욱 인간적인, 진솔한 이은원씨의 면모를 밝혀내야지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함께 송고됩이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강수진 이동훈 김지영 이은원 이영철 #김리회 정영재 신승원 김기완 박슬기 #주디스 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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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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