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러시아 차관.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시몬 다닐로프. 삼척시는 그를 심포지엄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했으나, 결국 민간회사 과장급 직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삼척시
이 시의원이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삼척시는 이날 '시몬 다닐로프'라는 인물이 '러시아 차관'이라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시몬 다닐로프가 러시아 행정상 '차관'보다는 낮고 '차관보'보다는 높은 인물"이라며, 그를 심포지엄에 러시아 차관 자격으로 초청한 것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포지엄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삼척시는 이날 "(심포지엄이) PNG 터미널 유치의 당위성을 국내외에 선언하고, 심포지엄을 통해 전 국민이 (터미널 유치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신에서 오는 갈등을 제거"하는 등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했다.
하지만 이 심포지엄은 결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안전행정부가 강원도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삼척시의 해명은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 삼척시는 애초 심포지엄 참석자를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등 "중앙부처 장관과 회사 CEO를 행사 VIP로 결정"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행사 개최를 코앞에 둔 시점에, 애초 초청 대상자로 결정했던 러시아 에너지 장관 등 주요 인물이 모두 '불참'하게 되자, 다른 인물을 섭외했다. 이때 외국 인사 섭외를 담당한 사람으로부터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보급'인 시몬 다닐로프가 삼척시를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고 이 사람을 대신 초청했다. 삼척시는 이때 시몬 다닐로프라는 인물의 신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김대수 삼척시장은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물론이고 차관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부하 직원에게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보급'으로 연락받은 시몬 다닐로프를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고쳐 소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강원권 KBS 등에 '시몬 다닐로프 러시아 연방 에너지부 차관'이 참석하였다는 허위 내용이 보도되도록 유도"했다.
삼척시는 심포지엄이 열리는 기간 내내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참석한 사실을 신문과 방송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심포지엄을 개최한 뒤에는 보고서에 "세계 최대의 에너지 보유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스웨덴,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7개국의 PNG 및 복합에너지 산업의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참석"했다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