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서' 소각가로림만 조력발전(주)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환경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임을 지적한 가로림만 어민 대표들이 서류가 담긴 상자를 어구들로 찍어 파괴한 후 소각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요하
백화산에 올라 육지로 변한 천수만의 황량한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이 기업도시를 건설한다고 공사 차량들이 분주히 오가는 B지구 적돌강의 한쪽 풍경을 보노라면, 다시금 극심한 정서교란을 겪게 된다. 내 나이 탓보다도 사실은 그 풍경을 보지 않기 위해 근래 들어 백화산 등산을 기피해왔음을 고백치 않을 수 없다.
시집 <그리운 천수만>의 시편들 안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천수만은 바다의 보고(寶庫)였다. 잡고, 캐고, 따고, 뜯고, 긁고, 줍는 것들이 언제나 차고 넘치던 바다였다. 천수만을 싸고 있는 3개 시/군 44개리(里)의 먹거리 창고이기도 했다.
언젠가 백화산 정상에서 천수만을 바라보며 엉뚱한 상념을 떠올린 적이 있다. 천수만이 바다로 남아 있다면 백화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천수만을 제방이 가로막지 않고, 바다 위를 대교(大橋)가 지나간다면 얼마나 멋진 모습일까? 전국에서 으뜸가는 관광 명품이 되지 않을까?
또 북쪽의 가로림만과 남쪽의 천수만을 바라보며 '굴포운하'를 떠올리곤 했다. 우리 조상들이 수차례 가로림만과 천수만을 잇는 운하 공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하곤 했던 눈물겨운 사연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리도 안 되는 길을 파서 두 바다를 잇는 일은 지금 같으면 큰 공사도 아닐 터이다. 우리의 정치와 개발정책에 조금이라도 낭만성이 있다면, 우리 조상들이 여러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하곤 했던 그 굴포운하 공사를 오늘의 후손들이 이루어 조상들의 눈물겨운 한을 풀어드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굴포운하의 한스런 역사와 함께 의미 있는 관광명품이 되지 않을까(아, 정말 엉뚱한 생각이다).
백화산을 오르면 자연히 보게 되는 가로림만에 대한 생각도 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로림만의 풍경은 한 마디로 그림이다. 전국 어디에서 저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가로림만 역시 바다의 보고다. 잡고, 캐고, 따고, 뜯고, 긁고, 줍는 것들이 언제나 차고 넘치는 바다다. 태안군과 서산시 6개 읍/면의 어민들뿐만 아니라 주민 전체의 생업과 식생활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