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다르 게 산 일란성 쌍둥이, 과학적 이유 있다

[약사가 들려주는 건강칼럼] 환경이 DNA에 영향 미쳐

등록 2014.03.21 09:48수정 2014.03.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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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진주 한빛약국 황규민 약사
경남 진주 한빛약국 황규민 약사진주같이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DNA서열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D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일본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한 명은 일본에서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른 한 명은 미국으로 건너가 산업화된 미국식 방식대로 살았다. 일본에서 산 한 명은 건강하고 장수했지만, 미국에서 산 한 명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고생하다 일찍 사망하였다. 일란성 쌍둥이라 두 사람의 DNA는 동일 하지만, DNA의 발현 형태인 육체적 건강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연구하고 규명하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벌거벗은 상태의 유전자는 그 유명한 이중나선 형태의 DNA다. 그러나 우리 세포 속 유전자는 벌거벗은 상태일 때가 거의 없다. DNA는 다양한 분자들로 이루어진 옷을 입고 있다. 이렇게 결합된 분자 옷들이 유전자의 행동을 바꾸어, 유전자의 활성을 더 높이거나 낮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바꾸어진 유전자는 2~3대 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후성유전학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키는 분자 옷들이 자연환경, 음식, 오염물질, 심지어 사회적 환경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공해 지역에 살면서 인스턴트 식품 위주로 생활하면 암 발생이 늘어나고, 신경관결손 등의 질환이 늘어난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에 살면서, 신선한 채소 등의 건강한 식생활을 하면, 이러한 질환의 발생이 줄어든다. D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키는 분자 옷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후성유전적 과정은 환경과 유전자의 접점에서 벌어진다. 여기서 환경이란 1차적 자연환경, 환경호르몬, 먹거리 체계, 사회정치적 환경을 모두 포괄한다. 그러므로 후성유전학은 환경생태운동, 친환경 로컬푸드운동, 진보적 사회운동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한 분자 수준에서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후성유전학을 중요하게 해석하는 이유는, 유전자 결정론과 환경 결정론의 오랜 논쟁을 정리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모두 중요하다. 즉,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전적 요인의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분자수준에서 해명한 것이다.

후성유전과 진화(=자연선택과 사회문화적 선택을 통한 적응)라는 관점을 통해 유전자 결정론의 당연한 귀결이었던, 인종적 신체적 차별과 비하에 대한 저항과 반대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태어날 때 그렇게 타고났다라고 하는 계급적 숙명론을 포함한, (유전자결정론적) 숙명론과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생태 운동, 먹거리체계 운동, 사회변혁 운동을 더욱 더 열정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이론적 근거와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http://jinjunews.tistory.com/
#황규민 #건강칼럼 #먹거리운동 #후성유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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