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유묵 경매 유찰, 반가운 일입니다

[주장] 안중근 정신을 돈으로 사고팔아서야 되겠는가

등록 2014.03.28 17:46수정 2014.03.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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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군 유묵
안중군 유묵정광일

안중근 장군 순국 104주기 추도식 다음 날인 지난 3월 27일, 서울의 한 경매장에 나온 안중근 장군 유묵 한 점이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유찰된 문제의 안중근 장군 유묵은 현재의 소장자에 의해 6~7년 전 한 방송사의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등장한 바 있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골동품이나 미술품 전문가들이 참여해 작품이나 골동품 등의 진품여부, 위작여부 등을 식별해 주고 가격 등을 산정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당시 방송에서 전문가들을 안중근 장군 유묵에 대해 가격을 사정할 수가 없다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중근 장군의 유묵을 돈으로 액수를 정한다는 것은 안중근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가격을 산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해했다. 방송에 출연했던 유묵 소장자는 단지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나왔다고 방송출연 목적을 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문가들로부터 가격산출을 받지 못했던 문제의 안중근 장군 유묵이 27일 경매장에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된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안중근 장군 순국일 다음날, 감히 돈으로 안중근 정신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투자가들이 많았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안중근 장군 유묵이 경매장에 나온 것 자체가 안중근 장군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 될 수 있으리라. 안중근 장군 유묵이 고가의 미술품이나 골동품 투자가들의 재산축적 물건으로 취급받아서야 쓰겠는가.

"안중근 장군의 유묵, 어떤 경로로 갖고 계십니까?"

안중근 장군은 1910년 2월 14일부터 3월 26일 사이에 뤼순감옥에서 붓글씨를 집중적으로 썼다. 2월 14일이 사형선고일이다.

안중근 장군의 사형집행일이 임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제의 뤼순감옥소 관계자들이 안 장군에게 집필묵을 주면서 글씨를 써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당시 안중근 장군은 자서전 '안응칠의 역사'의 탈고(3월 15일)와 '동양평화론' 집필을 구상 중이었다.


안중근 장군 유묵 특징 중에는 유묵을 주고자했던 인물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이 있다. 안중근 장군은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한 고등법원 소속의 감찰관, 통역자, 감옥소 소장 그리고 자신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한 헌병에게 붓글씨를 선물했다. 이들에게 전달된 유묵에는 기증 받는 자의 이름이 주로 적혀 있다.

안중근 장군이 사형 집행된 1910년 3월 26일 오전, 뤼순 감옥 밖에는 안정근 안공근 두 동생이 형의 시신과 유품을 인도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감옥소장은 당초의 약속을 번복했고 시신은 물론 유품도 유가족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자료에 의하면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지 말라는 지시가 뒤늦게 내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당시 유가족들이 유품이라도 돌려받았다면 오늘 날 안중근 장군 유묵은 결코 경매장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중근 장군 사후, 안중근 장군이 남긴 많은 유묵은 미완의 동양평화론 등 다른 유품과 함께 모두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갔고, 해방 후 수십 년 뒤에 양심적인 일본인들이 유묵 중 일부를 한국으로 기증하는 사례가 간간히 있었다.

문제는 양심적인 일본인들에게 유묵을 전달받은 한국인들이 그 유묵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안중근 장군 유묵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측에서 유묵 훼손을 막기 위해 유묵보관시설을 갖추고 있는 역사박물관에 보관을 의뢰해놓고 있는 경우와 사립대학과 사관학교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개인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우와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 등이 있다. 청와대에서도 국가보물로 지정된 안중근 유묵 한 점을 소장한 적이 있으나 1979년 한국 정치사 격동기에 관리 부실로 현재 분실 또는 도난 상태에 있다.

현재 안중근 장군 유묵을 소장하고 있는 단체나 기관, 개인들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지금 소장하고 있는 안중근 장군 유묵을 어떤 경로를 통해 갖게 되었습니까?"

사형집행일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국가안위노심초사'에서 '위국헌신군인본분'까지 담담하게 써야 했던 31살의 안중근 장군의 유묵이 고가로 경매장에 나왔다는 뉴스 보다는 가격을 산출할 수도 없는 안중근 유묵을 소장하고 있는 개인과 기관, 기업들이 안중근 유묵을 안중근 기념관에 줄줄이 기증한다는 뉴스가 나오길 기대한다.

과거의 안중근이 아닌 미래의 안중근, 한국의 안중근이 아닌 아시아의 안중근, 세계의 안중근으로 역사에 기록하기 위해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정광일 안중근평화재단청년아카데미 대표입니다.
#안중근 유묵 #안중근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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