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준과 동학농민혁명>(조광환 지음/도서출판 살림터/2014.3.1/1만 5000원)
도서출판 살림터
<전봉준과 동학 농민 혁명>(조광환 지음/도서출판 살림터)은 동학농민혁명을 전후한 정치·경제·사회적 배경과 동학농민혁명이 결집되고, 실행되고, 마무리되기까지의 과정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도록 연대별, 상황별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농사나 지으며 평화롭게 살 농민들이 봉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들이 이루고자 하였던 것이 무엇인가는 동학농민군 측을 대표한 전봉준과 새로 부임한 전라감사 김학진이 맺은 '전주 화약(全州和約)'에 집약돼 있는 아래의 12개 조항에서 충분히 살필 수 있습니다.
①동학교도와 정부와의 숙원을 없애고 공동으로 서정(庶政)에 협력할 것.②탐관오리의 죄상을 자세히 조사 처리할 것.③횡포와 부호를 엄중히 처벌할 것.④불량한 유림과 양반을 징벌할 것.⑤노비 문서를 불태울 것⑥칠반천인(칠반천인)의 대우를 개선하고 백정의 머리에 쓰게 한 평양림(평양립)을 폐지할 것.⑦청상과부의 재혼을 허가할 것.⑧무명의 잡부금을 일절 폐지할 것.⑨관리 채용에 있어 지벌(地閥)을 타파하고 인재를 등용할 것.⑩일본과 상통하는 자를 엄벌할 것.⑪공사채(公社債)를 막론하고 기왕의 것은 모두 면제할 것.⑫토지는 균등하게 분작(分作)하게 할 것. -<전봉준과 동학 농민 혁명> 170쪽-그들이 이루고자 했던 건 정권 이양과 같은 권력 다툼이 아닙니다. 출세를 통한 개인적 영달도 아닙니다. 그들이 요구한 건 눈물겹도록 소소한 인권, 정말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평등이며 자유였습니다.
요즘 가치로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할 것 같은 그 최소한의 것들을 쟁취하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걸었고 싸웠고 죽어갔습니다. 임금을 하늘처럼 모시고,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던 그들이지만 견딜 수 없는 폭정, 도를 넘는 착취로부터 살아남고자 했던 몸부림이 바로 동학농민혁명입니다.
그들은 절박했습니다. 모든 일에는 기회가 있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이 기회를 놓치면 부패한 정부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이 나라와 민족을 영영 구해 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노래가 들불처럼 퍼지고 강줄기처럼 흘렀습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병신 되면 못 가보리(전략)'가보세'는 갑오년(1894년)을, '을미적'은 을미년(1895년)을 그리고 '병신'은 '병신년(1896)'을 의미하지요. 그러니까 이 시기에 농민군과 함께 새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영영 이 나라와 민족을 부패한 정부와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구해 낼 수 없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봉준과 동학 농민 혁명> 148쪽-하지만 동학 농민 혁명은 외세까지 동원한 관권의 무력을 극복하지 못해 실패한 혁명, 성공하지 못한 미완의 혁명으로 종결됩니다. 하지만 가시적 승리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동학농민혁명 자체가 부정되거나 의미조차 감소되는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