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매주 받아보는 각종 학습지들
대전충남인권연대
주변의 초·중·고생 부모들에게 선행(先行)이라 함은 대체 얼마만큼의 과정을 선행 하는 거냐고 물으니 아이의 성적이 상위 20~30% 정도 되는 부모들은 대부분 특목고를 겨냥해서 공부를 시키는데 이 경우 보통 3년 치를 선행한다고 한다. 즉, 중1때 고1 과정을 공부해서 중학교 3년 동안 고교 3년 과정을 미리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현상이 왜 만연해 있는가 물으니 그렇게 해야만 특목고에 입학할 수 있단다. 또한 특목고 진학이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이니 너도나도 초등 고학년부터 이런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특목고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는 아이들도 6개월 내지 1년 치 정도의 선행학습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리 배워가지 않으면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기가 죽고 자존감을 잃어버리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행복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 아이들도 역시 불안하고 초조하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화를 그대로 두고 선행학습 금지를 법으로 정한다고 그게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막는다는 위헌의 소지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교육과 공교육 현장을 어떻게 감시하고 규제할 것인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두환 정권의 살벌한 과외 금지 조치 시절에도 비밀리에 성행하는 사교육을 막지 못한 것을 잊은 것일까?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
진정으로 교육의 정상화를 원한다면 어떤 해법을 내려야 할까? 학부모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이렇게 항변한다. 사교육 때문에 공교육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이 바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거라고.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교육 외적인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대학 서열화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직업 선택 시 학벌에 따른 수입 격차가 줄어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 안전망이 탄탄해져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 교육 제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말로만이 아닌 진정으로 지, 덕, 체가 조화를 이룬 인간으로 키우는 정상적인 교육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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