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본문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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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트롤선(저인망어선)에서 어부가 기계에 끼어 죽는 게 주된 사망원인이라고 알려졌다. 1980년대 중반 캐나다의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어민 10만 명당 212명이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숫자며,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 일 관련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10만 명당 5명이었던 반면, 어민의 경우 10만 명당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본문 148쪽 내용).
쿨란스키는 사고 비율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를 어부들의 부족한 잠이라고 진단했다. 식탁에 올릴 생선 한 마리를 잡기 위해 그들은 충분한 수면도 취하지 못한 채 생활 전선에 내몰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욕심이 많다. 물고기를 잡는 동시에 즉시 그것을 냉동할 수 있는 고성능 선박을 개발했고 어류를 '쓸어 담았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로 대구는 멸종에 가까운 재앙을 맞고 있는 중이다. 무분별한 대구 남획 문제는 국가와 기업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에 해결하기 힘들다고 한다.
쿨란스키에 의하면 UN 식량농업기구가 추적하는 물고기 유형의 약 60%는 완전히 이용되거나, 과도하게 이용되거나, 심지어 고갈된 것으로 분류된다(이 책이 출간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됐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책 <대구>에는 작금의 대구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대목이 있다.
"19세기에 들어서자 소금에 절인 대구는 고삐 풀린 상업주의를 무엇보다도 잘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즉, 모뤼(morue; 프랑스어로 대구를 뜻한다)는 상업에 의해 격하된 뭔가를 의미했다. '그래, 그래. 너한테서 소금기를 없애주마. 이 대구(grande morue)야!' 에밀 졸라의 1877년 작 소설 <목로주점>에 나오는 대사다. 루이 페르디낭 셀린(소설가)은 언젠가 별들이 '투 모뤼(tout morue; 너무나 대구 같은)'하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는 별들이 소금에 절인 대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가 값싸지고 뒤틀렸다는 뜻이다."(본문 61쪽)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책 <대구>책에는 50여 쪽이나 되는 분량을 할애해 지난 6세기 동안의 대구 조리법이 나와있다. 이것은 1000년에 걸친 대구의 역사를 우스꽝스럽고도 자못 진중하게 인식하게끔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책 <대구>는 역사와 사실을 담고 있지만, 소설처럼 읽힌다. 생선 한 마리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와 지도가 될 수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책은 생선 저미는 기계, 생선 냉동법의 연구, 수산물 회사의 설립, 급속 냉동 공정 개발 등 어업과 관련한 인류 기술의 발자국을 다룬다. 그리고 대구에 얽힌 민담과 대구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인간의 유대가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대구는 흰 살 생선 중에서도 살이 하얀 편이어서 대중들에게 격찬을 받아왔다. 또 20%에 달하는 단백질을 함유한 어종이다. 살은 먹고, 부레는 접착제에 사용하고, 껍질은 먹거나 가죽으로 가공했던 대구.
쿨란스키는 책 마지막에서 "포유류는 한 번에 100만 개의 알을 낳지는 않는다며 포유류를 죽여 없애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죽여 없애는 쪽이 더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덧붙인다. "천 년에 걸친 대구 사냥 이후 우리는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책에서 쿨란스키가 묘사한 어느 항구의 풍경으로 눈을 돌려 보자. 대구를 잡아 온 배가 항구로 들어온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어획량이 충분치 않다. 생선을 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 누군가 어부에게 묻는다. "도대체 나머지 물고기는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어떤가, '투 모뤼'하지 않은가?
대구 -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의 일대기
마크 쿨란스키 지음, 박중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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