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란 무엇인가> 본문 중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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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그들은 다른 어떤 포지션의 선수들보다도 더 극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올해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었는데, 소위 '홈 충돌 금지법'이라는 것이다. 홈 플레이트를 밟으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대립과 충돌은 때로는 선수들의 심각한 부상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종종 '박진감'이라는 명목으로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사실 본래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 7.06(b)항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포수는 득점을 시도하려는 주자의 길목을 막을 권리가 없다. 베이스라인은 주자의 것이고, 포수는 공을 수비할 때 혹은 이미 공을 손에 가지고 있을 때에만 베이스라인에 있어야 한다.'이러한 규칙이 있음에도 이른바 불문율처럼 홈 플레이트에서 주자와 포수가 충돌하는 것은 그저 경기의 일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수 버스터 포지가 플로리다 멀린스의 스콧 커즌스와 충돌해 왼쪽 정강이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이듬해 부상에서 회복한 후 복귀했지만, '홈 충돌'은 작년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또 벌어졌다.
이후 홈 플레이트에서의 충돌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활발하게 형성되었고 이것은 메이저리그 규칙 변경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었다. 이는 스포츠의 다이내믹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경기를 뛰는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결과다.
포수는 심리학자다?포수라는 포지션은 언제나 위험에 맞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내의 모든 선수들, 특히 투수와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공격에서 1득점을 얻는 것과 수비에서 1실점을 막아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저자는 투수와 포수의 관계를 남녀 간의 연애에 비유한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그에 대비해야 하는데, 포수는 동료 투수는 물론이거니와 상대팀 타자의 의도 또한 파악해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주고받는 사인은 또 얼마나 많은지. 포수와 투수와의 사인은 주자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단순한 것도 있지만 투수가 갖고 있는 구종의 수를 진법(주로 5진법)의 수로 결정해서 손가락 수를 합산 한 후 나누어 뺀 나머지 숫자로 그 사인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본문 198쪽 내용). 그러나 한 팀에는 20명 안팎의 투수가 있고 또 투수들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으니 포수는 스프링캠프나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그 많은 사인을 완벽하게 숙지해야만 한다.
야수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오는 공만 처리하면 된다. 반면 포수의 마음가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투수의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조차 그것은 종종 포수의 책임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18.44m 거리에서 투수가 던지는 강한 공을 받아야 하고, 홈 플레이트로 돌진하는 주자와의 불가피한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양 팀의 선발투수, 불펜, 타자들의 최근 컨디션, 팀 분위기 등을 고려해 승부의 흐름을 예측하고 판단해야 한다.
김정준 해설위원은 책을 끝맺으며 포수를 가리켜 "외국인 선수가 넘보기 힘든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했다. 반면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김경문(NC 다이노스 감독)과 조범현(kt 위즈)으로 대표되는 훌륭한 포수들 이후로 소위 '포수 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
이것은 위에서 언급한 강민호 선수의 화려한 계약이 눈에 띄는 이유가 될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포수를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것은, 포수라는 포지션이 그만큼 힘들고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현역 최고의 포수라 불리던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선수마저 은퇴한 현 시점에서 좋은 포수의 육성이라는 과제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절실함이 되었다.
포수란 무엇인가 - 포수는 야구를 어떻게 결정짓는가?
정철우.김정준 지음,
브레인스토어,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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