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했을 때 꼭 필요한 품목들이 들어간 가방, '지진 가방'
고종필
마음을 추스르고 난 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듣게 됐다. 7살 아들은 자던 침대에서 튀어나와 울먹거리며 주방 식탁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4살 딸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고양이처럼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취했던 조치는 학교에서 배운 것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지진 대피 훈련을 받는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가 웅크리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식탁이나 책상의 다리를 붙잡는다. 지진이 멈췄을 때, 서둘러 밖으로 나와서 건물이 없는 운동장에 반별로 앉는다. 훈련 경험이 실제 지진을 마주했을 때 아이들을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에는 지진을 대비한 작은 '지진 가방'이 있다. 여벌의 옷과 물 그리고 초콜릿과 크래커가 들어 있다. 우리 집은 네 명의 식구를 위해 큰 여행용 가방을 지진 가방으로 만들었다. 아이들의 옷과 속옷, 담요, 여러 병의 물 그리고 초코바와 중요한 서류들을 넣어놨다. 큰 지진이 왔을 때, 그래서 전기도 끊기고 식료품을 살 수 없는 때를 대비한 준비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언론들이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오래된 건물은 진도 5.0 이상의 지진에도 충분히 붕괴될 수 있다는 놀라운 기사도 접했다. 한번쯤 아이들과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지진뿐만이 아닌 자연 재해에 대비해 '재해 가방'을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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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Biola University에서 교육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몇몇 대학/대학원에서 교육관련 강의를 하며, 은빈, 은채, 두 아이가 성인으로 맞이하게 될 10년 후를 고민하는 평범한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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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5.1 지진 속 아이들의 대처, 놀랍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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