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모양의 창세비야 대성당의 장미 모양창 -스테인드글라스의 절정을 보여준다.
송진숙
대성당 내부를 천천히 구경하던 중에 독특한 풍경이 보인다. 땅에 붙어 있지 않고 공중에 떠 있는 관. 세계를 변화시킨 모험가 콜럼버스의 관은 네 명의 왕이 떠받들고 있다. 땅 위에 있어야 할 관이 왜 공중에 떠 있을까?
콜럼버스는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네 차례 항해에 나섰다. 신대륙 발견은 세계사에 대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콜럼버스 사후의 일이지만. 콜럼버스는 불행하게도 스페인에 금은보화를 가져다 주지 못한 채 스페인 왕들에게 버림을 받고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밟지 않으리"라는 유언을 남기고 쓸쓸하게 죽었다.
콜럼버스 사후 400여 년 뒤 스페인은 콜럼버스의 유해를 옮겨왔다. 그리고 콜럼버스의 유언대로 관을 땅에 놓지 않고 당시 스페인의 네 왕국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의 왕들 어깨에 메게 한 것이라 한다. 앞의 두 왕은 콜럼버스를 지원해 준 왕이라 고개를 들고 있고 뒤의 두 왕은 콜럼버스의 계획을 거절한 왕이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하니 이런 문화에조차 이들의 유머가 스며 있는 것 같아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신대륙의 발견으로 무역의 중심이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바뀌면서 대서양 연안의 국가들이 번성하였다.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들여온 막대한 양의 금, 은, 담배, 카카오, 설탕으로 세계 최대의 부국이 되고, 세비야는 신대륙으로의 출항과 아메리카 대륙의 무역 독점권을 가진 유일한 도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