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이 전국 최초로 2007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는 요금을 받지 않는 '무상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28일 한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소중한
박= 현재 신안군이 운영하는 버스가 38대로 이를 운영하는 데 1년에 약 20억 원의 예산이 든다. 비슷한 규모의 버스가 운행되는 인근 군은 1년에 약 25억 원을 버스회사 보조금으로 쓴다. 그러면서 손님과 노선은 줄고 적자와 보조금은 늘고 있다. 신안은 더 적은 예산을 들이고도 손님은 계속 느는 데다 1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리고 있다.
신= 교통은 곧 경제다. 최근 무상교통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걸 포퓰리즘, 퍼주기식 행정이라고 하는데 박 군수와 내가 경험한 무상버스, 무상택시 제도를 보면 오히려 예산이 절감되고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가 엄청난 것이 사실이다.
돈 3000원이 아까워서 버스를 안 타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의 이동권은 당연히 복지와 연결돼 있고, 행정 서비스를 원활히 하는 것과 연결돼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단과 연결돼 있다.
박= 그렇다. 할머니들이 수입은 없으니 돈 3000원 아끼려고 10리 길을 걷는다. 그런 점에서 무상교통은 곧 복지다. 무상버스를 이용하는 대부분이 교통 약자 아닌가.
신= 현재 신안군이 운행하는 공영버스 기사의 봉급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박= 시간 외 수당까지 하면 한 달에 약 200만 원 수준인데 예비 기사 6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이 일하고 있다. 시골에서 그만한 일자리가 없어서 서로 들어오려고 한다.
신= 44명에 연봉 3000만 원이면 지원액 20억 원 중 대부분이 인건비란 말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 44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공공자금으로 저소득층을 구제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그 정도는 쓴다. 공공성 있는 대중교통에 예산 쓰는 건 단순한 공짜 버스가 아니다.
박= 신안의 무상버스는 '1조 10석'이다. 먼저 면 소재지 경기가 살아났다. '마을' 단위의 주민들이 면 소재지까지 버스비 들이지 않고 가다 보니 거기서 쇼핑도 하고 이발도 하고 병원도 가고 한다. 면 소재지 활성화는 웬만한 군비 투자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지역 간 교류도 활발해졌다. 전에는 여자들이 친정집을 잘 안 갔다. 이젠 김장을 하거나 고구마 몇 상자가 남으면 버스를 타고 친정이든 시가든 가 나눠주더라. 그리고 무상버스를 시행한 이후로 '1000원 목욕탕'을 만들었는데 할머니들이 버스를 타고 나와 이 목욕탕을 잘 이용하신다. 그러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시고. 또 예전에는 면 소재지에 전천후 경기장을 만들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적었는데 무상버스를 시행한 이후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졌다.
면 소재지 경기가 좋아지니 전에는 공중 보건 의사만 있던 섬에 자생적으로 병원이 생길 정도다. 의사·한의사들이 섬에 와 수익성 조사를 해보고 '돈이 되겠다'고 판단을 하니 군에서 직접 유치를 안 해도 알아서 섬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지도의 경우엔 치과를 포함해 3개의 병원이 생겼다. 이러면 공중보건 의사를 더 오지로 보낼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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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버스 한다니까 버스회사 건들지 말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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