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등이 12일 저녁 밀양역 광장에서 연 '밀양의 봄, 희망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가수 안치환 등의 공연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윤성효
마지막 무대는 '안치환과 자유'가 장식했다. 안치환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희망을 마음에 담고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밀양 어르신들의 모습을 접하면서 일찍 오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노래를 불렀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한국전력공사는 14일까지 송전탑 공사장에 있는 움막농성장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지방선거 전에 경찰을 동원해 움막 철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4일부터 대책위도 상황실을 비워 놓고 농성장으로 나갈 것이다, 이제 곧 큰 싸움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주민들은 경찰이 농성을 못하게 하고 벌금을 물리더라도 벌금을 내지 않고 내 발로 (교도소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얼마전 시급 6000만 원, 일당 5억 원의 '황제노역'(허재호 회장)을 잘 알 것이다. 주민들도 교도소에 하루만 갔다오면 그 정도 돈이 된다는 것"이라며 "오늘은 이 자리에서 웃으면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희망을 노래하자"고 말했다.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 가수 공연에 앞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구미현 밀양 용회마을 주민과 김경태 목사(NCCK 부산), 엘리 삼각산 재미난마을 주민, 이재욱 <한겨레> 기자, 하승수 변호사가 출연해 밀양 송전탑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3월부터 약 40일 동안 밀양 부북면 장동마을 움막농성장에서 릴레이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 김경태 목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생명과 고향을 지키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농촌을 지키는 정의를 보이고 있다"며 "생명, 평화, 정의는 바로 교회가 지켜야 할 가치다"라고 말했다.
엘리씨는 "밀양을 위해 1인시위와 물품 판매 등의 활동을 해왔는데, 시민단체들은 밀양에 대해 알지만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며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밀양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서 작지만 일을 해 왔다"고 말했다.
구미현씨는 "여러 집회 현장에서 밀양 상황을 발언하고, 얼마전 '안녕하십니까'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운동권 출신이냐'는 댓글이 달리고 '운동권 할매'라고 하더라"며 "그 표현이 나쁘게 들리지 않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현씨는 "한전의 야비한 공작으로 주민들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밀양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꽂아 놓은 철탑을 뽑아낼 때까지, 꽂혀지지 않은 철탑은 온 몸을 던져 막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밀양은 한국에서 송전탑 문제뿐만 아니라 탈핵, 핵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충남 등 다른 지역 송전탑 주민들은 암에 걸려도 국가가 하는 일이니까 가만히 있었는데, 밀양에 다녀간 뒤 바보처럼 살았다는 것을 알고, 싸우는 게 정당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밀양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모두 내일부터 내가 할 일을 찾아서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