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떻게...우리 이제 어떻게'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자녀 이름이 구조자 명단이 없는 학부모가 오열하고 있다.
이희훈
지난 4월 10일, 미국에서도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다. 남캘리포니아 고등학교 (Southern California high school) 학생 44명 등 총 48명을 태우고 캠퍼스 투어를 다녀오던 스쿨버스가 트럭과 충돌해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트럭은 시간이 생명인 물류 차량이었고 잔디로 된 중앙분리대를 넘어와 맞은편 버스와 충돌했다. 고속도로 상이었으니 모두 120km이상의 속도로 더 큰 희생자가 나오지 않은 걸 다행이라 할 판이었다. 그게 다였다.
사고 후, 모든 언론은 현장에 있던 이가 찍었음 직한 페덱스(FedEx) 트럭과 스쿨버스가 처참하게 충돌해 검은 연기가 나는 현장 사진만을 반복해서 자료 화면으로 내보냈다. 망원렌즈로 찍은 듯한, 경상을 당한 학생이 경찰과 이동하는 영상도 잠깐이나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잔디로 된 중앙분리대를 넘어 스쿨버스와 부딪친 트럭 운전사의 신원이나 사망 학생에 대한 정보는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언론사도 그러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의 울부짓는 모습도 볼 수 없고 친구를 잃은 생존 학생들의 인터뷰도 들을 수 없었다. 여기에 사망한 학생들 명단도 매우 느리게 발표됐다. 사망자의 신원이나 사고 원인에 대한 기사에는 꼭 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인용됐다.
지난 2009년, 뉴저지와 버팔로를 왕복하는 통근 비행기가 주택가에 추락해 승객 48명 전원과 지상에 있던 민간인 1명이 사망했다. 당시 유족들은 미 연방 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 FAA)의 조사를 기다리며 친지들과 조용히 장례식을 마쳤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들에겐 정중하고도 성의있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조사 결과가 건네졌다.
이와 유사한 여러 사건들을 보며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 차이는 바로 관계 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였다. 스쿨버스 피해자들은 지금 미국 교통안전위원회라는 관련 기관의 조사 결과를 믿고 기다리고 있고 기관은 정확하게, 가능하면 신속하게 사고 결과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학교와 버스 기사와의 커넥션이나 대형 물류 업체 페덱스의 로비쯤은 무시해도 될, 거래와 음모보다 더 힘센 관련 기관의 능력을 믿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족을 잃어 황망한 유족들이 정부 기관을 찾아 다니고 농성하고 악을 쓰고 모멸 당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 그리고 조직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는 조사 결과는 국민의 기관에 대한 깊은 신뢰가 만들어 낸 합작품인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도는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