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유해 찾는 일에 일본이 나서라

등록 2014.04.18 13:32수정 2014.04.1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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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세상을 뜨신 지 104주년이 되는 지난 3월 26일, 필자는 안 의사가 생의 마지막을 보낸 중국 다롄(大連)의 뤼순(旅順) 감옥을 다녀왔다. 그곳에는 안 의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던 감방이 그대로 남아있고 사형을 집행한 사형장이 보존되어 있었다.

"죽음은 너 한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는 그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마지막 편지가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후손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노력을 기울였지만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의 영전에 고개숙여 사죄하였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은 우리 민족이 지난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동양평화론의 마무리를 위해 며칠만 집행을 늦춰달라는 요청도 묵살한 채 안 의사를 서둘러 사형집행하고 시신을 비밀리에 매장한 일제의 행위는 인륜을 저버리는 일이었다. 어찌 그 시신조차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는단 말인가?

또한 그것은 우리민족에 가한 일제의 잔혹한 탄압과 압제의 서곡이었다. 더욱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범국가로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정부가 안 의사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지 않는데 대해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안 의사가 묻혀있는 곳은 중국이지만 사형을 집행하고 매장한 자들은 일본의 법정이고 일본인들이기에 유골을 돌려주어야 할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 한국과 중국 정부도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에 여러 차례 나섰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본은 협조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급기야는 안 의사의 죽음과 의거를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안중근 의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수탈에 대해 반성은커녕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 명백한 증거 가운데 하나가 안 의사의 유해발굴에 협조하지 않는 일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안 의사의 시신을 우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만이 안 의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사죄하고 지난 역사를 청산하는 길이다.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00년이 지난 유해를 돌려주는 문제에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에 대한 기록과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반환에 일본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도록 촉구해야 한다.

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한국과 일본 정부가 당국자 접촉을 시작했다. 앞으로 접촉과정에서 안 의사의 유해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의사께서는'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가져가달라'는 마지막 유언을 통해 조국 독립에 대한 염원을 후세에 남기셨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의사의 마지막 유언을 이행하는 것은 독립을 이룬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안중근 의사의 유해에 대한 진실과 그 반환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열망을 전달해야 한다. 일본이 그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안 의사의 유해에 관한 기록과 유해를 반환하는 일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사를 정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양국 간의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됐을 때 비로소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김영환 #안중근 #유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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