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하는 박 대통령"허둥지둥 대는 정부를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혼자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 <조선일보> 4월 19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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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직후부터 허둥댔다. 침몰 초기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될 것으로 오판(誤判)하는 바람에 가라앉는 배 안으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할 생각을 못 했다… 대통령만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 많은 공무원은 대통령 앞에서만 일하는 척하고 있다. – 조선일보 4월 19일 사설 '국민이 불신의 낙인 찍은 '허둥지둥 정부' 중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19일 오전 실종자 수는 273명이다.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학부모들은 무릎도 꿇었고 하소연도 하고, 욕설도 내뱉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단 하나, 조속한 공기 주입과 실질적 구조작업의 이행이었다. 제발 어떻게든 살려달라는… 그러나 구조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고, 사고 발생 72시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더 이상의 생존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 구조작업에 나선 정부를 그 누구보다 신뢰하고, 의지해야 할 실종자 가족들은,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를 무책임하고, 거짓말한다며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다. 그들은 18일 발표한 호소문에서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데, 누구 하나 책임지고 말하는 사람도, 지시를 내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라며 "대한민국 재난본부에서는 인원 투입 555명, 헬기 121대, 배 169척으로 우리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 했습니다"라고 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 '고군분투' 강조한 <조선>실종자 가족들과 온 국민들이 애타게 생존자 소식을 기다리던 19일, 이날 <조선일보>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난히 강조된 뉴스가 등장한다. 사설을 통해서는 '대통령만 고군분투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박 대통령의 노력을 부각시켰으며 3면에는 '박 대통령이 지시하고, 명령해야지만 움직이고 있는 현장 상황'을 한 개 지면을 통해 게재했다.
다른 언론의 태도는 달랐다. <중앙일보>는 '우리나라는 삼류국가였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장기자는 말했다. '중대본이 장악력도 없고,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는 소통이 안 되고, 파견 공무원들은 계속 핑계만 대고…, 보면서도 화가 나 뒤집어질 지경이다'"라며 "한 국가의 수준과 능력도 재난과 어려움이 닥쳤을 때 판가름 난다… 이 신뢰의 재난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조할 것인지 이제 정부부터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동아일보> 역시 비슷한 주장을 폈다.
<경향신문>도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 정부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기존의 행정안전부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꿀 만큼 '국민 안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해왔다고 강조한 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국민 안전'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정부는 실종자 가족들의 절규에 뭐라고 답할 텐가"라고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