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아들 정아무개씨가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해 "국민 정서가 굉장히 미개하다"고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IN 제공
분노의 당위성은 분명하죠. 자식을 잔인하게 잃은 부모들에게 있을 수 없는 발언 아니겠습니까. 혹자는 글을 올린 주인공의 어린 나이를 애써 강조하더군요. 그러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 후 현재 재수 중인 성인입니다. 언어영역 문제집을 수권씩 풀어제끼고 있을 그에게 '단어 선택이 아직 미숙할 나이'란 말은 핑계에 불과해요. 저건 그냥 잘못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분노를 잠시 접고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저 문장 곳곳엔 흥미로운 구석이 보입니다. 연속극에 나오는 부잣집 아이들 말고, 진짜 이 나라의 '상속자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이 세상을 어떤 틀로 읽는지가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요. 겨우 한 문장인데도 말입니다.
이는 저 문장 하나만 가지고 '정아무개군'의 사람됨을 짐작해 보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 자체는 정말 '욱'해서 쓴 것일 수 있어요. 아닌 말로,정아무개군이 쓴 글로 정몽준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도 무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식과 부모 생각이 같나요? 훌륭한 부모 아래 태어난 아이가 어떻게 저런 말을 하고 다니나, 싶은 경우... 우리 살면서 너무 쉽게 보지 않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개하다'는 표현만큼은 '욱'해서 나올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란 겁니다. 술만 들어가면 '이 나라 사람들은…' 소리부터 뱉는 사람들도 이 나라 사람들 죄다 제정신 아니다, 미성숙하다 소리는 할지 몰라도 '미개하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별로 없죠. 저 '미개하다'는 말 표현엔 '계급의식'이 녹아 들어 있습니다. 그런 사고가 뿌리깊은 이에게 '그러는 너는 이 나라 국민 아니냐'는 반론은 공격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