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3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제도와 대학재정문제, 학사관리제도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나는 궁금했다.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노래방 웨이터, 패밀리레스토랑 등의 알바를 통해 3500만 원을 모은" 이 청년이 꿈꾸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그는 어떤 꿈을 가진 아이였는지. 졸업 후 어떤 회사에 취직했고, 그 회사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지.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만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를 분노하게 한 일은 없었는지.
기사에는 나의 궁금증을 긁어줄 만한 문장은 한 줄도 없었다. 다만 '노숙자처럼 되지 않으면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것이다'라는 기자의 말만 있었다. "세상에 당하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경제신문을 읽는다"는 이야기만 있었다. 꿈은 없고 액수에 대한 목표만 있었다.
꿈을 먹고 자라기도 모자란 20대를 돈을 모으는 일 하나로 채워간 것이 성공신화처럼 그려진 기사가 불편하다.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가난하고 힘겨워도 '닥치고' 극복하라는 기사를 읽으며 씁쓸함을 느끼는 독자는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20대에 할 수 있는 다른 것들도 많은데 저 친구는 꽃다운 청춘을 알바에 쏟아서 1억 모은 거다. 대단하지만 정상이냐고. 슬픈 현실 아니야?" - '써비님' 댓글언제부터인가 돈이 최고인 물신사회가 돼버렸다지만, 이 기사가 청년들의 아픈 곳을 긴 창으로 더 아프게 찌르는 이유는 우리는 아직 '꿈 많은 20대'라는 꽃다운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거나 대학 등록금을 겨우 맞추는 것이 꿈이 돼버린 사회를 향해 '이건 좀 아니잖아' 하고 외칠 수 있는 패기를 갖기를. 가끔은 지옥 같은 현실에 반항도 해보고, 소리 지를 수 있기를. '이 제도에서 낙오된 패배자는 나'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이 제도 자체를 문제시 할 수 있는 눈을 잃지 않기를.
정말 좋은 사회는 노숙자를 경멸하는 사회가 아닌, 그들과 함께 더불어 가는 사회임을 알기를. 결핍은 그냥 좋지 않은 것이지, 성공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는 어설픈 긍정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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