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북정동에 있는 울산초등학교. 107년된 학교이지만 올해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했고 울산시립미술관이 들어선다.
박석철
울산 중구 북정동 울산초등학교에 들어설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을 두고 지역 문화계와 이 학교 동창회 등이 요구해온 학교 건물 보존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울산시가 건축적 측면, 운용적 측면, 행정적 측면과 여론 수렴 결과 등을 들어 건축물의 보존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철거키로 결정한 것.
하지만 문화예술인들로 구성된 문화도시울산포럼과 이 학교 동창회 등은 울산초등학교를 포함한 이 지역의 역사성 등을 들어 울산초등학교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문화인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울산초등학교 건물 철거키로... 역사속으로 사라지나지난 1962년 울산은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눈부신 산업발전을 이룬 반면 문화시설은 따라주지 않아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열악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 왔고 지난 2012년 울산초등학교로 부지가 결정되고 지난 3월 정부의 투·융자사업 중앙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울산시립미술관은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총면적 1만2400m²)로 용지 매입과 건물 보상비 205억 원, 공사비 529억 원 등 모두 734억 원을 들여 2017년 12월 개관 예정이다.
시립미술관이 들어설 울산초등학교는 지난 1907년 울산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107년의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올해 2월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했다. 단지 울산초등학교 학교명은 올해부터 울산혁신도시 내에 새로 개교한 학교가 이어받았다.
울산초 바로 옆에는 조선 선조 32년(1599) 울산이 부로 승격된 후 숙종 7년(1681) 부사 김수오가 지은 원이나 수령들이 공적인 일을 하던 건물인 울산 동헌이 있고 3.1운동의 역사를 담은 삼일회관도 자리하는 등 이 일대는 '북정역사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특히 울산초등학교 자리는 조선시대 울산의 객사인 학성관이 있던 자리라 울산시립미술관 부지로 확정되기 전부터 객사 복원 사업이 예정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동문들은 학교 건물의 안전문제를 해결해 레지던시(예술인들의 창작공간) 등 문화 산실로 활용하자는 요구를 해왔다.
하지만 울산시는 지난 16일 시정조정위원회를 열고 울산초등학교 건물을 철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울산시는 철거 배경에 대해 울산초등학교 본관 건물이 1967년에 건립된 일반적인 콘크리트 건축물로써 보존해야 할 만큼 상징성이나 건축적인 가치가 없고, 50여 년 가까이 된 노후 건물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리모델링할 경우 신축에 버금가는 큰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본관건물을 그대로 둘 경우 신축하는 시립미술관과 조형적인 조화를 이룰 수 없고, 좁은 부지에 교사, 미술관, 객사 등이 혼재해 건축물이 밀집돼 야외전시공간 등의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울산초등학교 본관을 리모델링해 레지던시 공간으로 이용하자고 한 제안에 대해서는 "레지던시 공간은 창작, 숙박, 취사 등에 따른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미술관과 분리 운영되어야 한다"며 "울산시립미술관과 레지던시 공간을 동시에 운영해서 두 가지 다 성공할 수 없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이 달 중으로 울산초등학교 건물에 대한 보상을 하고 철거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에 이어 다음달부터 8월까지 철거 공사를 한 후 올 연말까지 매장문화재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화예술인들은 이같은 철거 결정이 관료주의적 발상에서 나왔다며 울산초등학교 존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울산초등학교 철거, 일제의 문화흔적 지우기·덧씌우기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