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 한빛약국 약사 황규민
진주같이
장정일이라는 시인이 1980년대 말에 발표한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라는 시가 있다.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햄버거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나열하고, 재료의 구입처도 알려준다. 이어서, 구입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햄버거를 만드는 요리과정을 설명한다. 드디어 "까다롭고 주의사항이 많은 명상 끝에 맛이 좋고 영양 많은 미국식 간식이 만들어졌다"라고 마무리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햄버거를 먹기 위해 레시피도 필요 없고, 번거롭게 재료를 구입할 필요도, 요리를 할 필요도 없다.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가서 계산만 하면 된다. 사회와 개인생활의 대부분이 편리성, 효율성을 기본으로하여 맥도날드화(化)되어 있기 때문이다.
커피도 다르지 않다. 20여 년 전 장정일이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했다면, 나는 오늘 커피믹스에 대한 명상을 하고자 한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명상이 아니라(이미 상품화되어 있으므로), 재료들이 어디에서 와서,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대한 명상이다. 왜 벌써부터 기분이 나쁜가? 그것은 커피믹스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믹스는 커피, 설탕, 포화지방이 스틱 형태로 포장되어 있다. 그중에서 커피가 대략 15%이고 나머지 85%정도는 설탕과 포화지방이다. 알다시피 몸에 나쁘다고 알려진 것만 들어있다.
먼저 커피에 대하여 명상해보자. 커피는 에티오피아, 브라질, 자메이카, 인도, 예멘 등에서 먼 뱃길을 따라 우리나라에 온다.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카페인이 주성분이며 두근거림, 불면증 등을 유발한다. 피로와 각성작용을 위해 자주 사용하면 중독성이 있을 수 있다. 즉, 안 마시게 되면 더 피로하고 더 졸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고카페인 음료가 청소년들을 중독 시키고 있다. 카페인 중독 다음은 마약이다.
설탕은 사탕수수에서 정제한다. 설탕이 있는 곳에 노예가 있다는 말이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는 흑인의 노예노동이 있었고, 그것을 우리나라 이민 1세대들이 이어 받았다. 오늘날에는 브라질, 인도 등 민중의 저임금 노동에 기반하고 있다. 설탕은 탄수화물 중독을 기본으로하여,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의 제1원인이다.
포화지방은 열대지방의 야자수 열매에서 추출한 것인데, '팜유'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으로 오면 굳게 되므로, 커피믹스 포장에는 '경화유'라고 표기되어 있다. 오메가-3와는 반대 작용을 하는 지방이다. 뜨거운 물에 일시적으로 녹았다가 몸속에 들어가 굳어져 혈관을 막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돼지 지방이 온도가 낮아지면 비계덩어리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등의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된다. 식물성 기름이므로 덜 해로울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지방 중에서 가장 해로운 것이 열대 식물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이다. 라면과 과자에 사용하는 기름이 열대식물성 기름인 팜유다. 사실 커피믹스는,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약간의 커피분말을 넣은, 설탕과 포화지방 혼합물의 걸쭉한 액체일 뿐이다.
커피믹스에 대한 얄궂은 명상이 끝났다. 느낌이 어떤가? 하지만 음식을 어찌 과학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겠는가,음식은 문화이기도 하지 않은가? 먹고 안 먹고의 판단은 여러분들이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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