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고 있는 서동이축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발목이 심하게 부었다. 공부는 몰라도 축구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나간다. 학업의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고 있나보다.
김승한
뉴스를 보다가 베란다에 나갔다 들어오는 서동이를 보니 한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서동아, 다리 아파? 왜 그래?""축구 했어요!"참나…. 가지가지 한다. 시험보고 혼나고, 축구해서 다리 절고….
축구를 얼마나 심하게 했는지 발목이 부었다. 거기다 시험까지 엉망으로 봤다. 좋아하는 축구만이라도 실컷 하고 왔으면 엄마에게 이렇게 혼나지는 않았을 텐데….
저녁을 먹이고 나서 아이가 너무 졸려 하기에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만져봤다. 이마가 뜨겁다. 열이 있는 걸로 봐서 몸살이라도 걸린 듯하다. 안쓰러운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얼른 양치하고 아빠랑 자자."이렇게 말했더니 아들은 싫다며 고개를 푹 숙인다. 화장실에 업고 들어가 강제로 양치질을 시키고 함께 자리에 누웠는데 아들은 바로 잠들어 버렸다. 초등학교 입학 두 달 만에 두뇌와 신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나 보다.
아들은 올해 2월까지 유치원 다닐 때도 한글 받아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초등학생이다. 실수와 애교도 하나하나 받아주고, 밥 먹여주고 엄마 아빠한테 데려다 주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 많은 것을 스스로 해야 하는 때가 됐다.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한번 거쳐야 할 시기지만, 어릴 적 너무 힘들게 학교를 다녔던 나는 걱정이 앞선다. 하루하루 서동이 앞에 놓여있는 삶의 계단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너무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새벽에 아내가 서동이에게 해열제를 먹이고 나니 열이 좀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좀 괜찮을까?
내일도 밝게 웃으며 커다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서동이를 보고 싶다. 서동이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사회, 초등학교에서 무겁고 복잡한 교육과정의 스트레스보다 친구를 사귀고 자연을 느끼고 사람간의 사랑과 정을 배워가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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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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