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날리는 '석면 방음막'..."여수시 철거계획 없다"

서로 미루는 여수시와 롯데케미칼

등록 2014.04.30 16:01수정 2014.04.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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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루1250여명 학생들의 주통학로인 여수도원초등학교 등하교길에 석면 방음막 사이에 노출된 석면의 모습

하루1250여명 학생들의 주통학로인 여수도원초등학교 등하교길에 석면 방음막 사이에 노출된 석면의 모습 ⓒ 심명남


기자: "92년 자료가 없다면 말이 되나?"
직원: "공사 건은 10년 정도면 폐기한다. 영구 아닌 이상"
기자: "관리가 그렇게 허술한가?"
직원: "허술한 것이 아니고 지침에 그렇게 되어 있다."

최근 초등학교 등굣길에 설치된 석면 방음막을 두고 여수시 도로관리사업소 직원과 나눈 대화다. 허술한 여수시 문서관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수에서 가장 많은 인구 밀집지역인 학동에 있는 초등학교 어린이 통학로 '발암물질 길'이 논란이다. 여수도원초등학교(아래 도원초) 학생과 유치원생을 포함해 하루 1250여 명 학생이 주로 통학하는 길이다. 이 길은 신동아파밀리에 정문 맞은편 롯데케미칼 사택에서 도원초 입구까지 약 500m에 이르는 길에 '방음막'이 설치되어 있다.

석면 방음막... 여수시 철거 계획 없다

a  석면 방음막 사이에 석면이 노출(동그라미)된 가운데 아이들이하교길에 컵라면을 먹으면서 길을 걷고 있다

석면 방음막 사이에 석면이 노출(동그라미)된 가운데 아이들이하교길에 컵라면을 먹으면서 길을 걷고 있다 ⓒ 심명남


a  도원초에서 민원이 제기되자 롯데캐미칼 측에서 임시작업을 했다. 덕지덕지 찢어진 노후된 방음막 철판(위)을 임시로 빵구를 떼워놓았다(아래)

도원초에서 민원이 제기되자 롯데캐미칼 측에서 임시작업을 했다. 덕지덕지 찢어진 노후된 방음막 철판(위)을 임시로 빵구를 떼워놓았다(아래) ⓒ 심명남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오래된 방음벽 틈 사이로 석면이 노출되어 있다. 노출된 방음막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노란 유리섬유가 날린다. 덕지덕지 찢어진 방음막 철판을 가리기 위해 임시로 철판을 덧붙여 놓은 곳이 많다. 아이들은 하굣길에 컵라면을 먹으면서 이 길을 오간다.

노후 된 방음막에서 석면과 유리섬유로 어린 학생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석면은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어 작년 5월 한국석면관리연구원에 석면검사를 의뢰한 결과 석면 불검출로 나와 특별히 철거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곳에 방음막이 설치된 것은 1992년으로 추정된다. 처음 난간으로 되어 있었는데 차량 통행이 많다 보니 소음 발생이 심해 사택 거주 사원들이 시에다 민원을 넣어 방음막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설치된 방음막 공사를 놓고 여수시와 롯데케미칼 측은 '시공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양측 모두 공사관련 자료가 없는 상태다. 여수시는 롯데캐미칼측이 공사를 했다는 입장인 반면 롯데캐미칼 측은 시에서 공사를 했으니 철거 역시 시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수시 도로관리사업소 도로정비계 담당자는 "방음막은 롯데케미칼에서 설치한 것 같다"면서 "(사택) 그쪽에서 관리하는 구간이 있고 시에서 관리하는 구간이 있는데 구멍이 났으면 시에다 보수를 해달라고 요구했어야 하는데 (시에서) 작업을 한 적이 없다, 시에는 누가 작업했는지 자료가 없는 상태다"라고 부인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방음막은 시에서 공사한 것이 확실하다"면서 "시청 직원은 사택 땅이니 롯데 측에서 공사를 하지 않았냐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 부지는 우리 땅인데 도로를 내면서 여수시 요청으로 땅을 사용토록 회사에서 인정해 해줬다"라고 밝혔다.

또 사택관리실에서 30여 년 근무 중인 영선반장 박춘수씨는 "1992년경에 여수시에서 설치한 것이 맞다"면서 "당시 샛길이었던 도로를 넓혔는데 차가 많이 다니다 보니 시끄러워 사택에 사는 사원이 항의해서 시에서 설치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민원이 들어가 여수시가 방음벽을 설치했다는 것.

여수도원초 김철수 교장은 "석면 방음막에서 가루가 바람에 날려 알게 모르게 흡입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지난번에 사진 찍어 응급조치를 요구해 사택 측에서 작업했다, 시행 주최를 정확히 따져 조속히 철거돼야 한다"라고 철거를 강하게 요청했다.

오는 6·4지방선거에 출마한 이 지역 예비후보자도 이 사안에 관심이 크다.

학부모... "분노 느낀다, 당장 철거하라"

a  석면은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최병용 도의원 예비후보와 무소속 김황곤 시의원 예비후보가 철거를 강력 요청하고 있다

석면은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통합진보당 최병용 도의원 예비후보와 무소속 김황곤 시의원 예비후보가 철거를 강력 요청하고 있다 ⓒ 심명남


통합진보당 최병용 도의원 예비후보는 "이곳은 학생과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긴 통학로다"면서 "선거와 관계없이 당장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했다.

최 후보는 "이것은 유리섬유인데 발암물질보다 더 무서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면서 "공약이 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으로 여수시에 강력히 요구, 앞으로 지속해서 주민들에게 알려 철거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또 무소속 김황곤 시의원 예비후보는 "공약1호로 지정했다"면서 "보시다시피 발암물질 아닌가, 폐에 나쁜 영향을 주니까 당선을 기점으로 주민들과 논의해 신동아 아파트 펜스처럼 친환경 방음막 유리로 바꾸게끔 처리토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신동아 아파트 최남선 자치회장은 "이 사실을 알았을 때 굉장히 분노를 느꼈다"면서 "저도 아이 둘을 도원초에 보내는 입장에서 어린애들이 다니는 거리에 석면이나 유리섬유 같은 폐암물질이 들어있어 당장 철거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요즘 아이를 많이 낳지 않다 보니 자식을 위해서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만약 신동아 파밀리에 입주민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가만히 있겠는가"라며 "우리 얘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라며 여수시와 대기업인 롯데케미칼의 빠른 철거를 요청했다.

발암물질인 석면 방음막은 과연 철거될까? 지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수넷통>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석면방음막 #여수시 #도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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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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