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조력발전 조감도
서부발전 제공
내가 망둥이 잡고 친구들이 낙지를 잡았던 곳이 바로 가로림만이다. 가로림만 안쪽의 작은 마을 지곡면이 내가 태어나 20년 이상 살았던 고향이다. 학창시절 망둥이 낚시를 하고 친구들이 용돈을 충분히 벌어 쓸 수 있었던 바다는 개발로 많이 변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생명들을 잉태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물범이 살고 있고, 많은 갯벌 생물들이 지금도 어민들에게는 주요 수입원이 돼주고 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가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로림만이 전국해양 환경가치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결과다.
나는 '가로림만'이라는 이름을 최근에야 알았다. 조력발전소 건설로 지역사회에서 문제가 되면서, 알게 된 이름이다. 내가 아는 마을 바다는 그냥 왕산, 마팽이(마댕이, 지곡면 중앙리와 도성리를 일컫는 이름) 앞바다였다. 아무튼 거대한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내가 어릴 적 기억했던 바다는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천연기념물 물범은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고, 갯벌의 지형변화로 지금의 어장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바다와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생업수단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조별발전건설 무산'... 어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1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태안화력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2.7%밖에 되지 않는다. 시화호와 비슷한 규모의 바다를 막아서 고작 생산해내는 전기치고는 너무나 경제성이 떨어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갯벌 훼손 등의 환경피해가 더 큰 것으로 판명돼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이밖에도 수질문제·환경영향평가 부실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점들로 인해 지역에서는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곳이 가로림만 조력발전계획이다. 다행이도 가로림만 주민들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서산시가 사실상 조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불허했고, 충남도에서도 반려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올해 10월 공유수면 매립허가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환경영향 평가서가 완료되지 않아 사실상 조력발전건설이 무산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다와 갯벌의 생명과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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