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방파제 난간에 나부끼는 기다림 기원을 담은 노란 리본들.
아팠습니다.
홍광석
팽목항의 풍경은 텔레비전에 보았던 대로였습니다. 거대한 촌락을 이룬 수백 개의 텐트들, 그 텐트 안에서 도움 요청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 곳을 지키는 경찰들, 수많은 기자들과 언론사 차량들, 멀리 보이는 헬리콥터, 부두에 닻을 내리고 쉬는 배들…. 그리고 텐트 안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절규들!
망망한 바다에 비탄과 절망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차마 선착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의 등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습니다.
천막 성당을 찾아가 모처럼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신부님은 강론 대신 최초로 신고전화를 했다는 최덕하(요한) 학생의 어머니가 쓴 편지글을 낭독하셨습니다.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절제된 눈물, 떠나간 자식에게 다른 죽은 이들을 부탁하는 어머니의 마음. 떨리는 신부님의 음성, 그리고 숨죽이며 훌쩍이는 소리. 평소 기원은 하되 기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을 버리고 미사가 끝날 때까지 오직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앉아 혀를 비틀면서 숨을 죽였습니다.
오후 4시 45분 먼저 인양된 자녀들의 장례를 치른 가족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팽목항에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흐느끼며 아들딸을 살려내라는 절규는 어디까지 들렸을까요? 아마 자식을 낳아서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부모들의 심정을 절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부모들을 "미개하다!"했던 인간들은 어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일까요?
5월도 이틀째 저물어갑니다. 세월호에 갇혀 차오르는 물에서 살겠다고 발버둥 쳤을 아이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인양된 아이들의 시신은 벌써 얼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랍니다. 밝게 웃으며 떠났던 자식을 떠올리는 부모들이 그 모습을 보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요? 그 부모들의 비탄과 절망을 생각하면 제 가슴에도 서러움이 차오릅니다.
아직 찾지 못한 아이들 모두가 빠른 시간 내에 가족들의 품안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의 영혼이 좋은 곳에 가기를 기원합니다.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님들과 마음이라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 말씀밖에 드릴 수 없어 미안합니다.
개인적인 의견 몇 가지를 첨부합니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이 옷이라도 갈아입고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는 외부와 차단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우선 당국에서는 체육관 내부에 남은 가족들에게 등산용 텐트라도 제공하여 가족만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방법도 검토했으면 좋을 듯싶습니다. 또 체육관 바깥의 중복된 기능의 텐트들도 통합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도의 사고 해역의 어민들은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 피해도 크다는 소식입니다. 진도읍은 경기가 죽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하소연도 들렸습니다. 정부는 진도를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으면 주민들의 생활도 살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는 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기에 많은 어린 생명들이 죽어갔는지…, 그 책임을 분명히 가려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찬찬히 지켜보겠습니다. 인양 작업을 하시는 이름 없는 분들의 노고를 치하 드리며 무사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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