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새정치 침몰한다"

[지방선거 인터뷰] 김승주 '안철수의 새정치 전국 팬카페' 회장

등록 2014.05.03 11:16수정 2014.05.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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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주 회장
김승주 회장이민선
김승주 '안철수의 새 정치 전국 팬 카페' 회장을 지난 2일 오전 11시, 성남시 모처에서 만났다.

김 회장을 만난 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정치 민주연합 공천'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서다. 새정치 계(안철수 계)가 사실상 전멸했다고 분석되는 인천시 공천 결과가 나온 직후, 안철수 계의 반발이 노골화되면서 공천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대로 가면(새정치 계)는 다 죽는다" 며 "안철수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5:5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후보(새정치 계)들, 이대로 경선하면 이길 확률 없다. 여론조사를 하든, 당원 투표를 하든 가능성이 없다. 지금이라도 안철수 대표가 나서서 말을 해 주어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할 때 5:5 지분 말씀 하셨다. 그 약속 지키라고 안 대표가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전략공천을 해서라도 안철수 계 후보로 50%를 채우라는 말이냐고 물었다.

"꼭 그런 말은 아니다. 사실, 지금 우리 쪽 후보를 다 합해도 50%가 안 된다. 기초의원 단체장 다 합해도 114명 정도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5:5 합당 정신 시늉이라도 내는 것이다.

그런데, 전략공천은 고사하고 현재 정해진 경선 방식을 보면 기가 막힌다. 지역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당원 투표, 여론 조사 등으로 경선을 한다는 것인데, 이 방식이면 정치 초년생이 대부분인 새정치 계 후보들은 보나마나 전멸이다. 전략공천을 해서라도 이 분들 살려야 한다. 아니면, 경선 방식이라도 100% 공론조사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새정치 계가 살 수 있다."


"전략공천 해서라도, '새정치계' 전멸 막아야"

김 회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 대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공천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목소리가 격앙됐다.


"'새정치'(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계)하고 '세월호'하고 다를 바가 없다. 새정치는 지금 침몰하고 있다. 새정치 멤버들 다 죽어 나가는데도 안철수 대표는 나 몰라라 한다. 침몰 직전인데도 구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말 서운하다."

그래도, '새정치'를 세월호와 비유한 건 좀 심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안 대표는 '그렇지 않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지 않다. 새정치는 지금 아사 직전이다. 새정치에 대한 열망으로 출마한 후보들 다 죽고 나면, 누가 새정치 할 것인가? 이대로 가면 선거 끝나자마자 안철수 지지하던 분들 다 떠날 것이다. 그러면 '침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안 대표는 지금 아예 후보들을 만나주지도 않는다. 어제, 경기도 8명의 단체장 후보들 안 대표 만나러 여의도에 갔다. 무례를 무릅쓰고 갔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기다렸는데도 못 만나고 그냥 왔다. 후보들 얼마나 답답하면 모든 일정 다 때려치우고 안철수씨 만나려 했겠나? 저도 그동안 안 대표 만나게 해 달라고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5번도 넘게 했다. 그런데... 바쁘다고 하고..."

"민주당과 합당한 것부터 잘못... 절반은 떠났다"

김 회장은 민주당과의 합당에서부터 일이 잘못 됐다며, 안철수 의원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합당 시점에 안철수를 좋아하는 사람 절반은 떠났으리라 본다. 새정치 한다고 해서, 안철수를 믿고 왔는데, 구시대 정치인들 다 모여 있는 민주당과 섞여 버렸다. 새 정치는 새 사람이 해야 하는데, 어디 이게 새 정치인가? 그럼에도 내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아직까지 안철수가 무엇인가 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어서다. 또, 한편으론 이번 지방선거 치르고 나면 저 양반(안철수 의원) 토사구팽 당할까 봐 염려스러워서다. 진짜 그렇게 되면 한 명이라도 남아서 지켜야 하지 않을까?"

김 회장은 무공천 약속을 뒤집을 때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한 것도 실수라고 말했다.

"사실, 무공천 깨며, 권리당원 여론조사 한 것도 실수다. 새 정치계를 다 해봐야 권리당원 1만 명 정도다. 민주계는 새 정치계의 8배가 넘는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이것도 정말 서운하다. 계산을 하고 결정한 것인지, 아예 헤아려 보지도 않은 건지 모르겠다."

김승주 회장이 안철수 의원을 지지한 것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다. 지지도 50%를 웃도는 안철수씨가 지지도 약 5%밖에 안 되는 박원순(현 시장)에게 양보하는 욕심 없는 모습에 반해서 열성 지지자가 됐다고 한다.

그 이후, 안사모(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에 들어가서 활동했고, 안철수 대표가 한 때 정치를 하지 않겠노라 선언했을 때는 '제발 정치 좀 해 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 안철수 대표의 팬이 된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목소리부터 부드럽게 변했고, 호칭도 '님'으로 변했다.

"이런 모습(정치 않겠다고 하는)도 좋았다. 정치인들 열이면 열 모두 자기가 한다고 외치고, 자기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는 사람들인데, 안철수님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나 욕심 없는 모습인가! 또 자기가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 50%를 사회에 환원하는 모습, 이런 게 다 마음에 들었다. 분명 새로운 정치를 할 분이라 생각했다. 대통령 되면 나머지 지분 50%도 기부하겠다고 했는데, 분명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안 대표 계속 나 몰라라 하면 단체로 지지 철회할 수도"

김 회장은 공천 얘기를 시작하자 다시 매서운 목소리로 변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계속 이런 식으로 안철수 대표가 나 몰라라 하면 지지자들이 단체로 지지 철회 기자회견을 할 우려도 있다"며 "안철수 대표가 하루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정치 계의 거센 반발로 새정치민주연합 공천 내홍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월 27일에는 서울시 구청장 후보 자격심사 면접애서 새정치계 인사들이 집단 퇴장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현역 의원들이 포함된 민주당 출신 관리위원들이 심사 도중 '한수 배우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고 또 새정치연합 쪽 기초단체장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편파적인 심사까지 했다는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새정치계 후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새정치계 후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혁재

지난 1일에는 수도권 지역 일부 후보들이 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을 해서라도, '5:5' 합당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날, 일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최고위원을 방문, "합당 당시 약속인 5:5 정신을 살려, 새정치 계가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전략공천을 비롯한 터전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안철수 대표를 만나겠다며 국회의원 회관에서 장시간 버텼지만 경찰과 국회경비원들 저지로 끝내 안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

또 2일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이 12개 단체장 후보를 확정하고, 13개시 후보군을 2∼4명으로 압축했다고 발표하자, 기초단체장 후보 등 약 15명은 안철수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로 향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과 국회경비원들 저지로, 안철수 의원실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후보가 확정된 경기도 지자체는 ▲의정부 안병용 ▲부천 김만수 ▲고양 최성 ▲구리 박영순 ▲성남 이재명 ▲김포 유영록 ▲연천 이태원 ▲동두천 오세창 ▲하남 이교범 ▲파주 이인재 ▲여주 장학진 ▲안양 최대호 후보다.

수원·평택·양주·과천·의왕·남양주·오산·화성·시흥·군포·광명·안성·광주는 권리당원선거인단투표(50%)+국민여론조사(50%)나 국민여론조사(100%)로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안산·용인·이천 등 3개시는 세월호 참사 등의 이유로 심사를 보류하고 있고, 양평·가평·포천 등 3개 시·군은 공천 신청자가 없다.

경기도당 확정 결과에 대해, 김승주 대표는 "확정된 사람도 다 구 민주계, 남아 있는 곳도 경선 하나마나 모두 민주계가 될 것이다. 이러면 도로 민주당이다. 새 정치는 물 건너 갔다" 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안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승주회장 #안철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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