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친구들아'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희생자들의 추모 청소년 촛불집회에서 참가한 한 고등학생이 무릎을 꿇은 채 침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희훈
교복 또는 무채색 계열의 옷을 입고 온 청소년들은 A3 용지 크기의 노란 도화지에 검정 매직펜으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많은 학생이 "친구들아 보고 싶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등의 메시지로 세월호에 탑승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친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우리는 아직도 제자리를 지켜야 하나요?", "대통령님, 왜 배에 탄 친구들은 살아오지 못했나요?" 등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컸다.
청소년들은 세월호 선원과 정부 관료들의 미흡한 초동 대처 때문에 많은 친구가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아무개(고2)양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선장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안내방송을 하고, 사고 직후 해경에서 발 빠르게 구조 작업만 했어도 많은 아이들이 살았을 것"이라며 "구조할 수 있는데도 구조를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충격받았다"고 털어놨다.
사고가 대형 인재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재난 안전 수준에 실망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무대에 올라 발언한 김아무개(고2)양은 "대한민국 국민이란 게 자랑스러웠는데 세월호 사고를 보며 그 생각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국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순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온 김아무개(고3)군도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선진국을 뛰어넘는다고 배워왔는데, 사고 구조도 제대로 못 하는 걸 보면서 실망했다"며 "이제는 더이상 어른들의 말을 못 믿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소년단체 '희망'은 이날 집회에 이어 오는 10일에도 청계광장에서 '청소년 추모의 날'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 세월호 추모, 거리나선 청소년들 "왜 착한 사람들만 죽나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친구들을 위한 청소년 촛불' 집회에는 200여 명의 중·고교생들이 모여 숙연한 분위기에서 또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최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