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지급 각서퇴직금을 출국 예정일보다 하루 먼저 지급하겠다고 한 각서를 썼지만, 사장은 빠나니가 출국한 후 지금까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각서는 고용노동부 진정취하를 받아내기 위한 속임수였다.
고기복
빠나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귀국한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국민연금을 반환받은 적도, 퇴직금을 받은 적도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까운 용인이주노동자쉼터(아래 쉼터)에 상담했다. 처음 쉼터에서 회사로 전화를 했을 때 사장은 당연한 듯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귀국하려 한 12월 말일까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는 퇴직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빠나니는 10월 퇴직금 지급 약속 요구를 했다가 사장에게 주먹질을 당하고 결국 회사를 그만 두었다.
'잔업과 특근 수당 등을 지급했던 근거자료가 없다'며 우긴 사장은 기본급에 준해서 퇴직금을 계산했다. 그 결과 빠나니가 받아야 할 퇴직금은 총 647만 원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퇴직금 지급 의사가 전혀 없었던 사장은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공장 사정이 힘든데, 매달 50만 원씩 인도네시아로 보내줄게, 그러면 되지?"라며 빠나니를 회유하려 들었다. 빠나니는 퇴직금을 분할로 받는다는 것도 억울했지만, 퇴직금을 인도네시아로 보내준다는 사장의 말을 믿을 수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보름 후, 빠나니는 고용노동부에 퇴직금 관련 진정을 넣었다.
그러나 사장은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사장은 11월말께 빠나니를 불러서 각서를 써 주었다. 처음에는 1년에 50만 원씩 150만 원을 보내주겠다고 하다가 거절하자, 마치 자신이 한참 양보하는 것처럼 12월 2일까지 150만 원을, 출국 예정일 바로 전날인 12월 30일까지 174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각서를 써 주었다. 자신이 받아야할 퇴직금 647만 원의 반만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빠나니는 고용노동부에 보내기 위해 각서를 쓰는 것이라는 사장의 말을 믿고 '그것만이라도 지급한다면 진정을 취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고용노동부 진정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사장은 이틀 뒤에 준다고 약속했던 150만 원도 주지 않았다. 말로는 귀국 전에 한꺼번에 준다고 했지만, 역시 지급하지 않았다. 출국하던 날, 빠나니에게 사장은 "통장 계좌번호 알고 있으니까, 곧 보낼게, 걱정 말고 가!"라고 했지만, 5월 현재까지 한 푼도 지급한 적이 없고, 이젠 국제전화는 받지 않는다.
법 개정으로 퇴직금 구경하기 어렵게 된 이주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