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무단 파기됐다'는 검찰 주장과 달리 회의록 삭제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왔다. 12일 열린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비서관의 회의록 미이관사건 첫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에서 변호인단은 "회의록 삭제와 변경을 실행한 로그기록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사실로 조명균 전 비서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을 청와대 이지원에서 삭제하기 위해 2008년 1~2월 사이에 박아무개 행정관에게 요청을 했고, 박 행정관이 이즈음 삭제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날 모두진술 발표(PT)를 진행한 김진(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삭제 실행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검찰 스스로 분석보고서에 '변경·삭제 로그기록이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구체적인 삭제 방식과 경위를 설명하지 못한 채 "'조직적 삭제'를 상상하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 사후적으로 회의록을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에서 찾을 수 없는 상황과 ▲ 조 전 비서관의 메모보고만을 근거로 '회의록 삭제지시' 주장을 한다는 얘기였다. 조 전 비서관은 2008년 2월 14일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e-지원(知園)에 '회의록(수정본)을 이지원의 문서관리카드에서는 삭제하고,대통령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고 메모보고를 남겼다.
변호인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 역시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은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고, 수정본을 대통령기록관에 넘기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진 변호사는 "검찰이 제멋대로 단정하고 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수정'만 지시했다"고 했다. 그는 조 전 비서관이 메모보고에서 언급한 '대통령 지시'는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21일 말한 수정·보완을 뜻하는데 검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지난해 수사결과발표문부터 이 사건 공소장까지 줄곧 '대통령 지시'를 언급하고 있는데다 이미 수사가 끝난 '봉하마을 이지원 유출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기소하고 싶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관련 기사 : 노무현 "회의록 그대로 나눠줘야... 분위기 이해 필요")
그럼에도 검찰은 12일 법정에서 이 사건의 책임이 노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식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지난해 수사를 지휘한 김광수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장은 직접 PT를 진행하며 "피고인들이 대통령 지시 없이 독단적으로 (회의록을) 파기하는 일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수정본을 극소수의 사람들만 다룰 수 있는 1급 비밀로 지정, 국정원에 보관하도록 한 일까지 설명한 뒤 "회의록을 역사적 기록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실현가능한 강력한 조치들을 모두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양쪽은 회의록 초본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검찰은 초본이 수정본과 내용상 큰 차이가 없고, 대통령 결재까지 받은 만큼 내용과 형식 모두를 갖춘 정식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정지시를 할 때 '녹취록'이라고 표현했고, 검찰 스스로 다른 사건에서 '속기록은 보조자료'이라고 판단했다며 "초본은 기록물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7월 7일 오후 2시 열리는 2차 공판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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