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녀가 4년간 한방을 쓰며 동정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굳센 신앙으로 극복하는 모습.
문성식
2막에서는 신방을 차린 젊은 남녀가 동정의 삶을 살며 받는 유혹과 그것을 의지로 극복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큰 굉음의 탐탐 소리와 함께 붉은 조명의 야릇한 분위기로 동정 부부에게 찾아온 서로의 육체를 욕망하는 순간의 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젊은이들이 4년간 한 방을 쓰는 부부로 지내면서도 주님에 대한 맹세 하나로 난관을 극복하는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롭지만 그만큼이나 그들의 종교에 대한 신념이 투철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3막과 4막에서는 천주교 박해의 장면이 형장의 고문과 처형의 모습으로 실감나게 연출된다. 유중철 요한의 아버지 유항검이 체포되고, 유중철도 이어 체포된다. 이런 수모 중에도 유항검과 유요한을 주축으로 신자들이 마음을 합쳐 아침 성무일도와 주의 기도를 드리는 장면에서는 그 성스러운 합창소리에 가슴 뭉클한 감동이 밀려온다.
4막 3장, 형관이 신자들에게 큰 십자가를 밟고 건너가면 훈방해 주겠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십자가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저며 온다. 그 어려운 시절, 어렵게 믿어왔던 종교를 살기 위해 배교하는 그 심정들은 오죽했으랴. 하지만, 루갈다는 완강히 거부하며 형관에게 대역죄면 차라리 죽여 달라고 간청한다.
4막 4장에서 루갈다의 목을 베는 망나니 춤은 그 어떤 연극이나 오페라에서보다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루갈다는 두 손을 꼭 모아 기도드리며 의연하다. 죽은 루갈다는 천국에서 유요한을 만난다. 거룩한 삶을 살다간 순교자 동정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창작오페라 <루갈다>는 호남지방의 성인 부부의 삶을 아름답고 충만한 음악과 극적인 전개로 뚜렷한 이미지화에 성공했다. 복잡한 이야기 전개보다는 단순하고 압축적인 대본을 선택했고, 성스러운 내용을 더욱 웅장하고 성스럽고 고귀하게 음악과 연출로 부각시켰다. 이런 면이 혹자들에겐 상투적이고 밋밋한 이야기구조와 음악의 흐름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