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대학생교육대책위 소속 학생들이 지난 1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과 대학재정의 투명한 심사의결을 위해 민주적 등록금심의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한국사회에서 '반값 등록금'이 시대적 화두가 된 이유가 있습니다.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거나 휴학하거나 빚에 시달리는 사례가 속출했습니다. 심지어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업에도 상당한 곤란을 겪는 사례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실제 지난 1월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2014학년도 1학기 개강 즈음에 대학생 5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74.4%는 '1학기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답했고, 25.6%는 '휴학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휴학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을 학년별로 구분해보면 4학년(32.5%)과 2학년(28.6%)의 휴학 비중이 1학년(14.6%)과 3학년(17.4%)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휴학을 결심한 대학생들의 휴학 사유를 살펴보면, 1학년과 3학년은 '등록금이 마련되지 않아서'가 45%를 차지했고, 그것이 휴학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꼽았습니다. 이 조사에 응한 응답자 중 '등록금 전액을 모두 마련했다'는 답변한 경우는 29.2%에 불과했습니다.
등록금을 마련했거나 마련하는 방법을 모두 선택하라고 한 결과, 1위는 '아르바이트(57.1%)'였고, '부모님이 마련해 주신다(48.0%)'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79%가 '등록금 마련을 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조사는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입니다. 학업에 몰두하기보다는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며 근근이 학비를 마련해 대학에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는 수차례 지적된 바 있습니다. 사립대 등록금의 경우 미국은 2009학년도 연평균 등록금이 2만2852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쌌습니다. 그다음이 한국입니다. 9366달러였지요. 문제는 세계에서 최고로 등록금이 비싼 미국과 우리나라의 등록금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공립대 등록금의 경우 2009학년 당시 우리나라는 5193달러, 미국은 6312달러로 미국의 82.3%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학년도에는 우리나라가 5395달러, 미국이 5402달러로 거의 같아졌습니다. 사립대의 경우도 2009학년도에는 미국의 41.0% 수준이었는데, 2011학년도에는 54.7%로 따라붙었습니다. 한국의 등록금이 비싼 데 비해 교육의 질은 낮으니 차라리 미국에 있는 대학에 보내자는 강남 엄마들의 주장이 그다지 틀리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렇게 값비싼 대학 차라리 가지 않으면 어떨까요? 대학 졸업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답을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충남 서산의 한 여고생에게 들었습니다.
"대학 안 가고도 잘 살 수 있다면 왜 기를 쓰고 공부하겠어요? 저도 공부라면 지긋지긋해요. 그런데 대학 졸업장 없으면요, 조그만 데 가서 알바도 못해요. 미용실에서 알바하려면 뷰티 미용학과 이런 데 졸업장 있어야 돼요."독일은 73만원 등록금도 전부 없앴는데...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1.3%(2102년)입니다. 열에 일곱은 대학을 가는 셈이지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아이들을 대학에 많이 보내는 국가도 드뭅니다. 이유는 자명합니다. 이 여고생의 말대로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나와야 취업을 할 수 있고, 취업을 해야 먹고 살 길도 열리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좋은 대학을 졸업해도 뾰족한 대책도 없지만 말입니다.
독일은 2006년 이후 잠시 도입됐던 대학등록금을 지난 1월 니더작센 주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폐지했습니다. 2006년부터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니더작센·바이에른·함부르크 등 5개 주가 학기당 최대 500유로(한화 약 73만 원)의 등록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후 바이에른 주를 마지막으로 4개 주가 잇따라 등록금을 없앤 바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니더작센 주가 없앤 것이지요. 73만 원인 등록금마저 없앴습니다. 왜 선진국인 독일이 이 같은 조치를 내렸을까요?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 방문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국과 스위스 간 사회 인프라를 비교 분석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의 대학진학률은 2009년 기준으로 29%지만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7.0%라는 것입니다. 한국은 71.7%(2012년 기준)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청년실업률은 9.3%라는 겁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분석해봤더니 스위스는 ▲청년 직업교육 ▲개방사회 ▲열린 생각 측면에서 한국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