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당선되면, 삼척원전 목숨 걸고 막아내겠다"

[6.4지방선거 인터뷰] 무소속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

등록 2014.05.22 10:31수정 2014.05.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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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성낙선
강원도 삼척시가 또 다시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로 술렁이고 있다. 6·4지방선거에서 삼척원전을 유치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김대수 삼척시장과 원전 건설에 '절대 반대' 의견을 분명히 내세우고 있는 김양호 후보가 삼척시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2파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척시에서는 이번 선거가 원전 유치 문제를 놓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 맞붙는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서, 삼척에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삼척은 2010년부터 원전을 건설하는 문제로 계속 갈등을 빚고 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수 삼척시장이 삼척에 원전에 유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로, 시민들 대다수가 원전 유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충돌은 2012년 말 정부가 삼척에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원전 반대 측은 2011년 초부터 삼척 시내에서 대규모 '핵발전소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핵 투쟁을 벌여오고 있다. 그들은 김대수 삼척시장에게 원전 유치 문제를 주민투표에 붙여 결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주민투표를 통해서 주민들의 의사를 분명하게 묻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척시는 2011년 3월 9일 주민들로부터 원전 유치에 관한 서명을 받은 결과 "주민들 중 96% 이상이 찬성을 보였다"는 이유로, 주민투표 실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해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강해진 뒤에도 삼척시의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이에 원전 반대 측은 2012년 6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김대수 시장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했다. 주민소환운동을 통해서, 원전 유치에 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주민소환운동은 투표율이 1/3을 넘지 못해 투표함조차 열어보지 못하고 끝나는 상황을 맞아야 했다.

이때만 해도, 삼척시에서의 원전 반대 운동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원전 반대 측은 2012년 12월에 실시된 시의원 보궐선거에서 극적으로 재기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의 기획실장으로서,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일을 해온 이광우 후보가 시의원에 당선되는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원전 반대 측은 이번 지방선거를 삼척 시민들의 의사를 묻는 또 한 번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삼척시에서는 이번 선거가 김대수 삼척시장의 신임을 묻는 선거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가 경우에 따라서는 삼척뿐만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원전 건설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척시장 선거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다음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김양호 삼척시장 후보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이 인터뷰는 20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렇게 위험한 핵발전소를 꼭 지어야 하나?"

- 김양호 후보는 지금까지 8년간을 강원도의회 도의원으로 일해 왔다. 그동안 도의원으로서 주로 어떤 일들을 했는지 알고 싶다.
"도의원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삼척 시청에서 11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그리도 강원도의회에서 7대, 8대 강원도의원으로 일해 왔다. 7대 때는 기획행정위원회에 있으면서, 강원도의 기획 예산 중 특히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소방 부문에서 많은 일을 했다. 그 중에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은 7대 도의회 때 강원도의회 의정 사상 처음으로 행정조사권을 발동한 것이다. 당시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외자유치 MOU 체결 건을 단 한 건도 이행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행정조사권을 발동해 밝혀낸 적이 있다. 8대 도의회 때는 사회문회위원회에서 강원도의 문화·예술·관광·교육·복지를 위해 일했다."

 김양호 심척시장 후보.
김양호 심척시장 후보.성낙선

- 삼척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적을 갖는 것이 선거를 치르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는데 굳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7대 도의원에 처음 당선될 때는 한나라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8대 때는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번 삼척시장 선거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지난 4년간 도의원으로 일하면서, 무소속으로 일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단지 어떤 감투를 쓰기 위해, 의장이나 부의장 선거에 나갈 때는 무소속 의원 수가 적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일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좌우를 넘나들고 해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핵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새누리당(후보)에 맞서기 위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 대표 공약 중에 '삼척 핵발전소 건설 백지화'가 있다.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안전성이 문제다. 두 번째는, 지금 여기(삼척시)에서 선전하는 것처럼 핵발전소가 그렇게 돈이 싸게 먹히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사양산업이다. 외국에서는 전부 신재생에너지로 가는데 우리만 굳이 핵발전소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도 지금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짓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은 세계에서 단 한 곳도 없다. 그런 점들이 내가 삼척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다."

-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전 건설 계획에 반대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 투자율이 세계 꼴찌에서 두 번째다. 그런데 투자를 안 한다. 유럽 같은 경우, 투자율이 20%를 넘는 나라도 있다.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도 원전 대신에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국가 전력 발전 사업에도 일조를 할 수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에서 봤듯이, 그렇게 위험한 핵발전소를 꼭 지어야 하나? 대한민국이 세계 5위의 원자력 국가이지만, 원전 밀집도에서는 세계 1위다. 그런데도 이 좁은 국토에 또 원전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터진 원전 사고를 보면서도 계속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그래서 나는 삼척에서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 국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일이 얼마나 가능할지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렇게 본다. 원전을 유치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주민 수용성'이다. 그런데 삼척시에서는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한테서 (주민 동의) 서명을 받았다. 통리반장, 읍면장들을 통해서 완전히 엉터리 서명을 받았다. 그 이후에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자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에서 지금이라도 즉각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원전 유치 찬성에) 한 표라도 더 나오면 (원전 유치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수 삼척시장은 이런 의견을 완전 묵살했다. 시의회에서 (원전 유치에) 동의한 것도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삼척시는 그런데도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았다.

나는 시장에 당선되면 즉각 주민투표를 실시할 생각이다.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를 가지고, ㈜한국수력원자력, 산업통상자원부에 가서 원전 유치 백지화 선언을 하겠다. 그리고 국회와 청와대에 청원서를 제출해서 원전 유치 백지화를 요청할 생각이다. 과거 삼척에서는 원전 유치를 백지화한 경험이 있다(1999년). 이렇게 하고, 원전 대체 산업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서 국가 전력 발전 수요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삼척에서는 최소한 60% 이상의 주민들이 원전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전을 유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주민수용성이다. 그러면 정부에서도 삼척 시민들의 뜻을 받아들여서 원전 건설을 철회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원전 유치를 백지화하겠다."

"선거에서 삼척 시민들의 민심이 표출될 것이다"

 지난 3월 10일 삼척 시내에서 진행된 '핵없는 세상을 위한 삼보일배 대행진'에 참석한 김양호 후보(사진 왼쪽).
지난 3월 10일 삼척 시내에서 진행된 '핵없는 세상을 위한 삼보일배 대행진'에 참석한 김양호 후보(사진 왼쪽). 성낙선


- 삼척은 핵발전소 건설 문제로 민심이 두 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는 일도 중요한 문제다.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원전을 유치하는 문제를 놓고 주민들이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있다. 어떻든 간에 내가 삼척 시장에 당선되면, 찬성 반대 대표분들, 지역 원로 분들을 다 모시고 자문단을 구성할 생각이다. 갈등을 해소하고 갈라진 민심을 봉합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비록 민심을 수습하는 일이 큰일이긴 하지만, 나는 그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삼척에서는 지금 선거 자체가 이슈다. 3월부터 지금까지 2달 이상 주민들을 만나고 있는데, 다른 것 별로 없다. 상당수 주민들이 무조건 '핵만 막아달라'고 말한다. 다른 어떤 공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핵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민들의 뜻을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바로 삼척 시민들의 뜻이 표출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진짜 민심이 드러날 것이다."

- 지역 경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경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정책들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다.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으로 여러 가지를 고심하고 있다. 일부에서 LNG 발전소를 유치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태양광 발전, 태양광 테마파크로 가기로 했다. 왜냐하면, 국가 에너지 발전 계획에 일조를 하면서도 환경을 지키는 데는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발전이 최고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을 하게 되면, 거기에 여러 가지 산업이 따라오게 돼 있다. 고용 창출 면에서도, 태양광 발전이 원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원전을 유치하는 것 이상의 경제적 유발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삼척은 지리적으로 물류 유통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서 기업을 유치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내가 봤을 때는 삼척에 맞는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그 사업은 뭐냐? 삼척의 지리적 조건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산업은 신성장동력 산업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노라든가 플라스마, 3D 프린팅 이런 사업을 하나 제대로 골라서 유치해 보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 앞서 거론한 사안들 말고, 삼척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공약들 중에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
"중요한 공약 중에 지역 인재 양성이 있다. 강원도에서는 춘천·원주·강릉 지역이 모두 고교 평준화가 됐다. 평준화 이전에는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춘천·원주·강릉 지역의 명문 학교로 옮겨 가는 상황이었다. 지역의 인재들이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일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뀐 만큼 인재육성재단, 인재육성관 등을 만들어서 지역에 있는 학생들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더 이상 인재 유출이 안 되게끔 모든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무상 급식을 고등학교까지 전면 확대할 생각이다. 강원도는 현재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고등학교 중에는 특성화 고등학교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일반 고등학교가 제외돼 있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100% 실시하고, 거기에 덧붙여 고등학교 수업비를 지원하는 문제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원전을 반대하는 것과 맞물린 일인데, 나는 삼척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도시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삼척에는 자원이 매우 많다. 오십천 변에 수변공원도 만들고, 내륙지방의 미로나 덕풍 이쪽으로는 앞으로 30년 이후를 내다보고 힐링 숲을 조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금은 당장 크게 빛을 보지 못할지라도,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볼 생각이다."
#김양호 #삼척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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