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님, 북한 인권이 돌고래만도 못하냐고요?

[주장] 동물을 사랑하는 서울 시민이 본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등록 2014.05.22 15:33수정 2014.05.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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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참석한 정몽준-박원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참석한 정몽준-박원순1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장 여-야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와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이희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9일 오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돌고래를 바다에 방사하는데 7억 6000만 원을 썼으면서 북한인권 단체는 지원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북한 동포 인권이 돌고래만도 못하냐고 말했다.

사람과 동물 모두가 행복하기를 희망하는 서울 시민으로서, 나는 정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우선, 나는 정 후보가 돌고래 '제돌이'의 야생복귀가 지니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언급했는지 궁금하다. 정 후보의 발언은 박 후보가 북한의 인권은 소홀히 하면서 '하찮은' 동물의 권리에는 많은 돈을 썼다는 비판으로 들린다. 이러한 이해가 틀리지 않다면 정 후보는 본질이 다른 사안을 가지고 경중을 따지는 오류를 저지른 셈이다.

돌고래 제돌이의 방류는 생명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는 사업으로서 우리 사회에 동물복지의 개념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제돌이 방류 작업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릭 오베리라는 세계적인 돌고래 활동가가 있다. 전직 돌고래 전문조련사인 그는 1960년대까지 수많은 돌고래를 직접 포획하고 조련시켜 '돌고래 조련사의 대부'로 명성을 떨쳤다.

그랬던 그가 '돌고래 해방'이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자신이 조련한 돌고래 '캐시'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나머지 수족관에 머리를 박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충격이었다. 오베리는 지능이 높고 동족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돌고래를 포획하여 수족관에서 사육하는 것은 '인간을 감옥에 가두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제돌이 방사에 소요된 비용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를 '돈'이라는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논쟁은 끝날 수 없다. 동물복지를 비롯한 사회정의는 아무런 노력 없이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7억 6000만 원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인간이 동물과 자연에 끼친 해악을 바로잡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도 하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주장


동물복지 개념이 최근에야 도입된 우리나라와 달리 서구에는 수준 높은 동물복지를 이룬 나라가 많다.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사람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어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질 여력을 갖추었기 때문일까? 

동물복지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사람이 우선'이라는 논리가 있다. 말하자면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데 동물복지에 신경 쓸 겨를이 있냐"는 논리다. 사람이 동물보다 중하며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상식'이다. 따라서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서 '사람이 우선'이라는 논리는 '동물복지를 위해 사람의 고통과 희생이 요구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물에 빠진 아이와 강아지 중 어느 한 쪽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그런 경우이다. 강아지를 구할 경우 아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의 복지를 도모하는 것이 인간의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이익을 담보로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런 상황이 존재할지라도 그런 경우에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따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사람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동물의 고통과 희생은 그 실상을 알고 보면 '불필요한' 고통과 희생인 경우가 많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을 위해 동물이 감내하는 고통과 희생은 각종 질병과 환경파괴를 비롯한 무수한 폐해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사람의 복지를 위해서라도 동물의 복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보면 '사람이 우선'이라는 주장은 동물의 복지를 외면하는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인간복지와 동물복지는 '둘 다 이루어야 할 문제'이지 '어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내 곁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에게 "아프리카에서 굶어죽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 거냐"고 따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동물이 행복하면 사람도 행복하다 

박원순 후보는 그저 이미지 관리를 위한 '동물사랑 제스처'가 아닌, 동물복지를 위한 '정책적인 시도'를 추진한 최초의 서울 시장이었다. 제돌이 야생 복귀를 비롯하여 서울시 동물보호과 신설,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 건립, 부도위기의 동물원에서 굶주림으로 고통 받던 호랑이 '크레인'의 서울대공원 복귀 등은 사람과 동물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서울 시민들에게 '투표의 힘과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러한 정책은 그 본질을 놓고 보자면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눈앞의 이익을 쫓는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주변의 동물을 돌아보고 그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이다. 그럼으로써 보다 인간적이고 품격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비전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적 빈곤이 아니라 정신적 빈곤이다. 개발과 성장만을 추종하고 약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패러다임에는 아귀다툼만 있지 행복이 설 자리는 없다. 생명의 가치가 돈에 밀리는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세월호 대참사라는 국가적 재난이 이러한 사실을 똑똑히 말해주고 있다.

동물은 자신을 방어할 수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도 없는 인간 사회의 가장 불우한 약자이다. 동물까지 배려하는 사회가 사람을 외면할리 있을까?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간디의 명언을 기억하자.
#서울시장선거 #돌고래 #인권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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