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하고 명확한 대사와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군무, 여기에 능수능란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녹록치 않은 내용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두산아트센터
하지만 벌어들인 이익과 실제로 창출된 현금 흐름의 간극이 점점 커지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스킬링은 앤디 패스토우를 CFO 자리에 임명해 부채들은 장부외 거래로 돌리고 이익만을 회사로 계상하는 혁신적인(?) 이중장부를 만들어낸다.
'손해가 발생하면 어느새 자동으로 사라지는' 기적적인 회계시스템을 고안해낸 것. 한편 막대한 정치헌금을 쏟아 부은 공화당 조지 부시에게 정권이 넘어가면서 엔론은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를 일으킨다. 정부 통제가 사라지자 엔론이 선물시장에서 고의로 전기 공급 부족을 일으켰던 것이다.
수백만명의 주민은 정전의 고통을 겪었고 엔론은 수십억 달러의 이윤을 챙겼다. 자기 회사만 믿고 주식으로 노후를 준비하던 수천명의 직원들은 언빌리'버블'한 주식을 팔아치워 수천만 달러에서 수억 달러까지 재산을 불린 최고경영진에 의해 순식간에 미래를 겁탈당했다. 미국 최대의 에너지기업이었던 엔론은 2001년 12월, 미국 역사상 최대 파산 규모라는 기록을 세우며 그렇게 17여년 만에 파산했다.
실상 파산한 건 기업이 아닌, 기업의 거품에 놀아난 서민이었다. 사회는 알 수 없는 열기로 들뜬 시장을 향해 '왜?'라는 의문을 제기한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엔론이 만들어낸 탐욕을 함께 맛보았다. 부실 부채를 잔뜩 먹은 공룡들(장부외 거래로 형상화 된)은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를 일삼는 대기업의 몸집 불리기를 떠올리게 했다. 정경유착으로 세를 불리며 기득권을 향유하는 이들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사람보다 돈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한 지금의 대한민국처럼 또 다른 얼굴의 '엔론 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 노란 리본을 달기까지 얼마나 많은 탐욕들이 그 거대한 배 안으로 흘러들어간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정확한 진상 규명 없이 '왜?'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의 입막음에 여념 없는 정부와 그 시녀들이 바로 '엔론' 그 자체는 아닐까. 우리의 '엔론 사태'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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