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이다 왜!>는 100세 생일날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거냐고 우리에게 묻는다.
변우경
'100살까지 사는 법'도 아니고 '100살이라 미안하다'도 아니고 '100살이다 왜!'라니. 전혀 '꼰대'스럽지 않다. 저자 후쿠이 후쿠타로씨는 1912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103세다. 그런데도 그는 현역 샐러리맨이다.
장수의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었다면 제목이 저렇게 '청년'스럽지는 않았겠지.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지독했단 표현이 적당할 지난 100년을 고스란히 건넌 사람이라면 열정적인 에너지는 기본일 텐데, 이 100살 넘은 어르신의 말투는 무척 담담하다. 그는 '장수의 비결 따위는 없어, 난 그저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고 또 출근하고 퇴근했을 뿐이야'란다.
그래도 100살이 넘도록 현역 샐러리맨일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겠냐고, 그 결정적인 뭔가를 말해달라고 조르자 나즈막이 건네는 한 마디.
'이타심.' 그게 내가 여태 현역일 수 있는 이유야. 인간은 너무 불손해졌어. 지구와 자연과 역사와 심지어는 인간에게까지. 인간의 삶이 고양이의 삶보다 낫다면 그건 나와는 다른 누구가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와 더불어 살 줄 알기 때문이야. 내가 100년이 넘게 살 수 있었던 건 다른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해주고 기도해주었기 때문일거야. 나 역시 내 친구와 아내와 이웃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 애썼고. 그게 다야. 100년을 살아온 사람이 말하는 간결한 삶의 알갱이, 이타심, 타인을 위하는 마음. 그래, 어렴풋하나마 어떤 의미인지 알겠네. 온통 추악하고 더러운 이기심으로 가득한 세상을 건너는 이타심이라는 배 한 척. 욕망의 거센 물살을 거스르지도, 이기지도 못하고 밀려 밀려 떠내려 가더라도 기어이 강 하구쯤에는 건너편에 닿게 하는 느리지만 쉬지 않는 노젓기, 100년에 걸친 도강(渡江), 이타심.
문득 생각한다. 선장이거나 선원이거나 해경이거나 청장이거나 장관이거나 총리거나 대통령이거나 관계된 모든 이들 중에 이 노인이 말하는 그 한 조각의 이타심을 가진 이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그랬다면 그 꽃 같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다 읽고 다시 보는 후쿠타로씨의 표지 사진이 새삼스럽다. 가방을 받쳐 든 두 손등에는 검버섯이 피어있고 카메라가 앞에 주눅든 노인 특유의 엉거주춤한 태도가 완연하다. 이상하다. 웃는 얼굴이 천상 아이다. 그가 어떻게 100년을 살았는지 알 수 있겠다.
100살이다 왜! - 100세 현역 회사원이 알려주는 인생에서 은퇴하지 않는 법
후쿠이 후쿠타로.히로노 아야코 지음, 이정환 옮김,
나무발전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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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넘은 현역 샐러리맨... 어떻게 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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