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세토 오페라단의 '삼손과 데릴라' 삼손 역의 다리오 디 비에트리
. 3막 삼손이 감옥에서 주님께 기도하는 장면.
문성식
베세토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이 2014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네 번째 무대이자 체코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과의 자매결연 10주년 기념으로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를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했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Samson et Dalila)>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영웅 삼손과 그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데릴라의 이야기로 프랑스 작곡가 까미유 생상(Camille Saint Saens, 1835-1921)의 오페라 중 유일한 성공작이다.
베세토오페라단은 2011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로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과 당시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의 축내 첫 오페라 출연이라는 사실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강화자 단장은 1976년 뉴욕 리릭 오페라단에서 데릴라 역을 제의받고 1달 만에 연습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이후 1000여회나 데릴라 역을 맡았다. 이번 무대에서 강화자 단장은 이탈리아 출신 오페라 연출가 엔리코 카스티리오네와 공동 연출했는데, 그녀의 수많은 경험과 열정이 과연 빛을 발한 훌륭한 무대였다.
23일 공연에서 1막 초반 이스라엘 군중 장면에서는 동선이 잘 안 잡힌 듯 다소 집중력이 떨어졌고, 삼손 역인 테너 다리오 디 비에트리도 그 영향 탓인지 본래의 성량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는 듯했으나 점차로 안정을 찾아 곧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아비메레크 역의 바리톤 이형민과 눈부신 은색 망토를 걸치고 위엄 있는 다곤의 대정승 역의 바리톤 미켈란젤로 카발칸티, 히브리 장로 역의 베이스 크리스토퍼 템포렐리 등 저음 남성배역의 중후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등장하면서 극의 음악적 몰입도는 점차 살아났다.
특히 데릴라 역의 메조 소프라노 갈리아 이브라기모바가 등장하면서 극은 제궤도에 진입했다. 데릴라의 매혹적인 아름다움이 무희들의 주황색 천을 활용한 계속적인 움직임으로 태고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질 수 있도록 주황색 조명과 함께 신비롭게 표현되었다. 삼손과 데릴라 두 남녀사이를 10여명 여성 무희들(김복희 무용단)이 갖가지 동작으로 더욱 아름답게 수놓는 가운데, 데릴라가 부르는 '봄이 다가와'라는 아리아가 무척 매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