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인 새누리당이 상전, 부산 이젠 바꾸자"

[인터뷰] 부산시장 후보직 사퇴한 김영춘 새정치연합 상임부산선대위원장

등록 2014.05.31 16:16수정 2014.05.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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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부산선대위원장은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구청장, 광역·기초의원을 지원 유세하며 "이젠 머슴을 머슴으로 돌려보낼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부산선대위원장은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구청장, 광역·기초의원을 지원 유세하며 "이젠 머슴을 머슴으로 돌려보낼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정민규

김영춘. 그가 태어나서 몇 번 울었는지는 모르지만, 울먹이는 그를 기자가 본 건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서울 지역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막판 접전 끝에 떨어졌던 2012년이었고, 한 번은 지난 16일 부산시장 후보직을 오거돈 무소속 후보에게 넘길 때였다. 

단일화라는 대업(?)을 이룬 것과 관련 "환하게 웃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대해 오 후보가 대신 "웃을 기분이 아닌데…"라며 김 후보의 입장을 배려했던 게 인상 깊었다. 요즘 그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했다.

"새누리당이 95%인 시의회, 어떻게 견제와 균형 맞출 수 있겠나"

30일 부산진구에서 만난 김영춘은 이전보다 피부가 더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부산시당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부산을 누비고 있다.

하루 전에도 네 곳의 선거구를 돌며 땡볕 지원 유세를 펼쳤고, 이날도 세 곳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선다고 했다. 시장 후보에서는 물러났지만 곳곳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 지원을 위해 쉴 틈이 없었다. 그가 지원 유세 레퍼토리를 미리 알려주자면 이런 식이다.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걸 봤나? 이젠 낚싯줄을 끊어야 한다. 머슴을 왜 상전으로 모시고 있나? 이젠 머슴을 머슴으로 돌려보낼 때가 왔다."

물론 그에게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는 부산시민, 상전이 된 머슴은 새누리당이다. 적어도 그는 부산시의회에 야당 소속 의원이 5명은 들어가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춘 위원장은 "부산에 와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시장도 시장이지만, 시의회가 제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거였다"며 "새누리당이 95% 이상인 시의회가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맞출 수 있겠나"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위원장이었지만, 시장 후보가 아닌 조력자의 신분으로 선거판을 누비는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는 시장이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말해왔다. 이날도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쉼 없이 누벼온 부산의 현장들을 이야기했고, 거기에서 발굴해낸 정책들을 자랑했다.


그는 후보직에서 내려왔다고 이 정책들이 쓸모없어진 것들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는 오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합의한 7대 개혁 과제를 통해 자신의 정책이 상당 부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건 '핵발전소 정책'이다. 탈핵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던 오 후보는 김 위원장의 강한 요청을 받아들여 탈핵을 공약으로 명문화했다.

"오거돈, 부패척결은 잘할 것"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와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16일 전격 단일화에 합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포옹하던 모습.
오거돈 무소속 부산시장 후보와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16일 전격 단일화에 합의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포옹하던 모습. 정민규

두 후보의 공약이 맞물려 더 강력한 공약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오 후보가 주장해온 시장 직속의 반부패청렴위 구성이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는 경제계와 유착이 되어 뒤를 봐주는 일이 많았지만 오 후보는 그런 점에서 자유스럽다"며 "다른 건 몰라도 부패척결은 잘할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보직을 사퇴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은 오 후보에게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해 줄 것을 강력히 부탁했다. 오 후보는 끝내 그 제안은 거부하고 무소속으로의 길을 택했다. 김 위원장도 이제는 "오 후보가 무소속이란 완충지대를 통해서라도 새누리당의 불패 신화를 깨고 고인 물의 물꼬를 터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누리당이 바짝 긴장할 만큼의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오 후보를 보며 그는 "이번에는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오 후보가 우세하다고 해도 시장 선거는 방심하면 무조건 진다"며 "새누리당은 관변 단체를 총동원해서 총력전을 펼칠 테고 온갖 흑색선전과 색깔공세를 동원할 텐데, 그걸 이기는 힘은 결국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혹시 무소속 출마를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합당 이전 안철수 의원이 신당 후보로 부산시장 출마를 제안해왔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관련 기사 : "안철수 부산시장 출마 제안, 거부한 이유는...")

그때 그는 "민주당을 버리고 쉬운 선택을 한다는 건 제가 할 수 있는 도리가 아니다"고 말했고, 이날도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정치운동가의 자세 변하지 않을 것"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부산선대위원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 앞으로도 정치인이면서 한국사회를 개혁하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혁신하는 정치운동가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새정치민주연합 상임부산선대위원장은 3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 앞으로도 정치인이면서 한국사회를 개혁하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혁신하는 정치운동가의 자세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규

"시장이 되거나, 국회의원이 되는 것 따위의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산을 제대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새정치민주연합을 고쳐서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승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손해가 있어도 감수하고 돌파해 갈 생각이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오 후보와 자신 사이의 밀약설에는 "돼지 눈에는 돼지의 욕망만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곤 "그 사람들은 후보직을 양보한다는 게 부산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선의고 희생이란 걸 알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혹평했다. 또 그는 "그런 말이 나올 줄 알고 어떠한 정무직도 맡지 않겠다는 걸 공식 합의 사항에 넣었다"고도 덧붙였다.

오 후보가 시장이 되면 혹시라도 청탁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디 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

"정치인이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난 정치운동가다. 앞으로도 정치인이면서 한국사회를 개혁하고, 한국 정치를 바꾸고, 혁신하는 정치운동가의 자세를 견지할 거다. 그래야 사심 없이 정치할 수 있고, 언제라도 나를 투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정치운동가의 자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김영춘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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