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떨어져 죽고싶다'던 이들이 노조 만든 이유

[대학생의 삼성서비스지회 농성장 방문기]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습니다

등록 2014.06.04 11:03수정 2014.06.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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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3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앞 삼성서비스지회 농성장에 다녀왔습니다.

쇼핑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강남역에서 나와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번쩍이는 큰길을 조금 걷다보면 파리도 미끄러질듯 반짝이는 삼성전자 사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노숙 농성장이, 그리고 얼마 전 노조 투쟁의 성공을 기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열사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습니다.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던 삼성에 생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1600여 명의 조합원이 7개월 넘게 노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월급? 일당? 시급?... '분급'을 들어보셨나요?   
                              
"삼성은 학살을 멈춰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5월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삼성은 학살을 멈춰라"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이 5월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생활임금보장과 노조탄압 중단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이희훈

'AS가 잘 되는 회사'

삼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 하나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직접 만들어 온 삼성AS 기사들의 임금구조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삼성에 다닌다고 하면 '돈 많이 벌겠다'고들 하지만현재 서비스노조를 만들고 농성을 하고 있는 AS기사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수리 건당 수수료를 받지만 이는 온전하게 노동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습니다. 수리를 한 시간을 1분당으로 나눠, 분당 225원을 지급했습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수리를 하기 위해 이동한 시간, 소비자에게 설명하는 시간 등은 다 제외하고 온전히 수리를 하는데에만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그마저라도 온전히 받으면 다행일 텐데 출퇴근 비용, 차량 유지비, 주차비, 기름값, 공구 비용 등등 업무중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기사가 모두 부담해야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어떨 때는 마이너스 월급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일은 일대로 하고 마이너스 월급이라니! 21세기에,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이 정도의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는 건 놀라움을 넘어서 어이없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업무 중 자살 충동을 느끼는 서비스 노동자들

AS에도 성수기와 비수기가 있는데 성수기일 때는 하루에 약 30건 정도의 콜(수리)이 들어옵니다. 이를 하루 안에 해야 하다보니, 오전 7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1시~2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다반사랍니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상황에서 고층아파트 에어컨 실외기 수리를 할 때면, 가끔 '그냥 여기서 딱 떨어져 죽고싶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비수기 때는 하루에 콜이 3~4건, 어떨 때는 한 건도 없을 때도 있는데 그렇다고 쉴 수 있는것도 아닙니다. 혹 AS 받은 고객이 평점을 줄 때, 7점 이하를 매기면 대책서(라고 읽고 반성문이라고 부르는)를 작성해야 한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낮은 점수를 받은 기사가 속해 있는 셀(10명 정도로 구성된 단위)은 전원이 퇴근 후 남아 대책회의를 하고 그 다음날 아침에 모든 직원 앞에서 발표해야 한답니다.

성수기엔 성수기 대로, 비수기엔 비수기 대로 집에 일찍 들어갈 수 없고 가족들과의 휴가는 커녕 주말 휴식, 저녁식사조차 이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노동자들에게 미래를 찾아준 소중한 노동조합
                                                              

투쟁 중 투표소 찾은 삼성서비스노조  상경 투쟁중인 삼성전자서비스노조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투쟁 중 투표소 찾은 삼성서비스노조 상경 투쟁중인 삼성전자서비스노조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마련된 소공동사전투표소에서 투표 용지를 들고 투표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이희훈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합니다. 이 말도 안되는 작업환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삼성을 바꾸고, 삶을 바꾸고 싶어서.

노조가 생기자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갖은 탄압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4~5년 전의 데이터를 찾아내 고소를 하겠다고 협박하고, 일감을 줄이고, 센터를 폐쇄하고... 이런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노조원들은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합니다. 비록 돈은 못 벌지만 마음이 편하다고, 노조를 만들고 나서 미래가 생겼다고, 퇴근하고 가족들하고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고, 남들한텐 별것 아니지만 너무 행복했다고 합니다.

짧은 대화가 끝나고 힐링을 위한 삼겹살을 굽는데 저보고 좀 먹고가라 해서 잠시 앉았습니다. 인사를 하고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서비스지회 네이버 밴드를 보여줍니다. 아내들의 응원글들, 꼬맹이가 그린 "아빠 힘내세요" 그림들, 보고있자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잠시 앉아있다 일어나는데 짧은 시간 함께했다고 다들 웃어주며 "고기 더 먹고가라", "다음에 더 많이 데리고 와라"하며 앉아 계시는 모든 분들이(동그라미 여러개로 둘러 앉아 있어서 제가 있었는지도 모르실 텐데) 손 흔들어 주시고 인사해 주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습니다. 이렇게 순수하고 사람 좋으신 분들이 당연한 권리를 이야기하며 왜 이렇게 힘들어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안좋았습니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노조 인정이 제일 큰 목표라는 분들. "혹 지더라도 싸움이라도 해 봤다", "말이라도 해 봤다"며 노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거라고 말하는 분들에게 대학생들이 조금이나마 힘이 돼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 #삼성서비스 #삼성 파업 #대학생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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