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시도교육감 당선인
고정미
2010년 선거에서 서울 곽노현, 경기 김상곤 등 6명의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것에 비하면 그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전남과 전북 등에서는 득표율이 50%를 넘어섰고 광주와 강원, 충북 등에선 40%를 넘겼다. 진보 교육감이 낙선한 울산과 대구에서도 이전보다 득표율이 상승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진보교육감 후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수언론들은 '단일화된 진보와 분열된 보수'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어부지리' 진보교육감이라는 식으로 폄하하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여도 야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조선일보), <전교조 출신 교육감 득세···與 "이념교육화 우려">(뉴데일리), 등을 제목으로 단 기사를 쏟아내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술 더 떠, 과거 교육감 직선제를 주장하며 선거에 출마하고 보수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아래 교총)이 태도를 바꿔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임명제 교육감 도입을 시사했다. 이런 교총과 새누리당의 태도는 기회주의적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보 대거 당선' 교육감 선거 결과, 단일화 덕? 그러나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진보단일화 효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55%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경우 전교조 지부장을 지낸 이미영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였고,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을 띤 후보는 1명만 출마했다. 즉 진보는 단일화 하지 못했고 보수는 단일후보였지만 김승환 교육감이 1등, 이미영 후보가 2등을 기록했다.
광주 역시 진보 성향의 장휘국 후보가 단일후보로 당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윤봉근 후보와 양형일, 김왕복 후보 등도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윤봉근 후보는 전교조 출신이고, 양형일 후보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김왕복 후보는 열린우리당 수석전문위원과 참여정부의 교원소청위원장 출신으로, 보수보다는 진보 성향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렇게 난립한 진보 성향 후보들 속에서도 장휘국 교육감이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으면서 당선되었다.
경남에서 박종훈 후보는 4년 만에 이루어진 고영진, 권정호 전현직 교육감과의 승부에서 여유 있게 이겼는데, 4년 전 얻은 득표율 23.1%에 비하여 2배 가까운 득표율(39.4%)을 기록했다. 부산의 김석준 후보 역시 4년 전 진보 단일후보였던 박영관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17.2%)의 2배가 넘는 34.7%를 얻어서 당선되었다. 진보의 아성이라고 불리는 울산에서는 보수후보 2명에 진보후보 1명이 나섰지만, 진보후보가 1위에 8%p 뒤져 낙선했다.
단일화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례도 많다.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의 평균 지지율이 43%에 이른다는 점 역시 그렇다. 진보 성향 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는데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또 주목할 만 한 점은 반전교조와 색깔론을 내세운 보수 성향 후보들의 선거 전략이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보수의 반전교조 전략은 교육감 선거뿐 아니라 정당 선거에서도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돼 왔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자,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회주의하자는 법', '사학법은 전교조에게 사립학교 주자는 법'이라면서 반대했다. 3년 뒤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개정 전으로 되돌리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운동을 벌었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 보수 성향의 공정택 후보는 "전교조에 휘둘리면 우리 아이들이 망가집니다"라는 현수막을 서울 시내 곳곳에 내걸었다.
2010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었던 정두언 의원은 "이번 지방자치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면서 노골적으로 반전교조 선거 전략을 내세웠다. 전교조 가입 비율이 가장 높은 광주가 수능 성적이 가장 높은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도 그는 "전교조 교사 많을수록 수능성적 낮다"는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선거에 전교조를 악용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나선 서울의 고승덕 후보도 "전교조만큼은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고, 경기도의 조전혁 후보는 '전교조 저격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선거 내내 자신이 반전교조 후보임을 내세웠다. 부산의 임혜경 후보도 김석준 후보에 대해서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색깔론을 들고 나오고 반전교조를 외친 후보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그나마 진보가 단일화에 실패한 대전과 보수의 아성인 경북, 대구, 울산의 현직 교육감들이 겨우 당선되어 체면치레만 했을 뿐이다.
이전 영향력 상실한 반전교조 외침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색깔론과 반전교조 외침은 이전의 영향력을 상실한 듯하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보수 언론 등은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의 승리'라며 교육계의 이념화와 학교 혼란이 우려된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를 '전교조의 압승'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서울의 장혜옥, 최홍이, 경기도의 최창의, 이재삼, 부산의 박영관 등 전교조 출신들이 진보 후보 단일화 경선에 나섰지만 단일후보로 선택받지 못하거나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또 전교조 전북지부장 출신 이미영 후보는 김승환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완주했지만 패배했고, 울산의 정찬모, 대구의 정만진 후보 등은 전교조 출신인데다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보수후보에게 패배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전교조 출신 후보라고 전부 당선된 것도 아니고, 전교조 출신 후보라는 공격에 우수수 낙선한 것도 아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를 전교조와 관련하여 평가하자면 '전교조의 압승'이라기보다는 '반(反) 전교조의 패배' 또는 '전교조에 대한 색깔론의 영향력 퇴조'라고 정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달리 말하자면, 이번 선거를 통하여 전교조가 전적인 국민의 지지를 획득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전교조에 대한 무조건적인 이념적 공격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전교조는 1989년에 법적인 합법화 이후 25년 만에 국민들에게 심정적으로 합법화 승인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민들이 '반전교조' 구호에 속지 않은 이유는 '백신효과'로 보인다. 2010년 전교조 성향 후보들, 특히 광주와 강원에서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이 되었고, 경기도의 김상곤 교육감 재직 당시 보수언론들이 우려했던 이념 갈등이나 좌파교육이라고 불릴 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걸 국민들이 4년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전교조 성향 교육감들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들이 위협하던 이념교육에 의한 학교 갈등이 발생하지도 않았고, 이전 교육감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실질적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선고 결과 따라 극심한 혼란 야기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