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구름을 만드는 산>의 한장면, 눈 주위와 입가에서 귀까지 덮인 하얀 먼지는 백석면이다. 석면에 노출된 자가 흡연할 경우 폐암 발병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환경영화제
왕홍빈의 꿈은 돈을 벌어 예쁜 색시 만나 장가 가는 거다. 어디나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남자가 돈이 없으면 장가를 못 간다. 카메라는 홍빈이 그날그날 일한 내용을 기록하는 장면을 비춘다. 7월 25일 석면포 80개, 7월 26일 석면포 181개… 홍빈의 아빠는 매일 집에 있는 병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오래된 핸드폰이 자꾸 꺼져서 아들 핸드폰의 칩을 빌려 전화를 하곤 한다.
영화 전반부에 나온 통화에선 몸이 좋지 않다고 답했던 아내는 영화 후반부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답한다. 광산 일로 떨어져 사는 남편과 아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힘든 일과 누추한 숙소지만 늘 밝게 사는 아빠 왕씨. 영화는 그가 동료와 함께 숙소의 비닐하우스 통로에서 음악에 맞춰 탱고 춤을 추는 모습을 길게 보여준다.
영화 속 현실보다 더 했던 한국의 석면광산영화는 시종 담담한 톤을 유지하며 86분간 광산노동자의 모습 곳곳을 비춘다. 석면의 위험성을 암시하는 대목은 두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왕홍빈이 마스크 쓴 채로 일하다 하얀 먼지가 눈에 들어가 비비자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노동자 한 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하여 의사에게 진찰받는 장면이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를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는 노동자는 몇 년만 더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폐로 들어와도 느끼지 못하고 오랜 잠복기를 거쳐 치명적인 폐질환을 유발하는 석면의 특징에 대해 감독이 보여준 나름의 표현법이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면을 많이 생산하고,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생산량은 최근 5년여 동안 38만~44만톤 사이이고, 소비량은 53만~66만톤이다. 그동안 계속 늘어나다 최근 약간 정체 상태다. 석면광산을 운영하는 나라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카자흐스탄의 4개 나라로 이들이 세계 석면 생산의 99%를 차지한다.
중국(27.1%)과 인도(25.1%) 두 나라가 세계 석면 소비의 절반이 넘는 52.2%를 차지한다. 그 외 브라질,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우크라이나 등 8개 나라를 포함 모두 10개 나라가 세계 소비의 94%를 차지한다. 이중 아시아 국가들이 6개로 전체 소비의 70.2%에 달한다. 아시아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지역이다.
영화 <구름을 만드는 산>의 배경이 되는 중국의 '다오보' 석면광산에서 생산되는 석면량은 연간 15만톤. 2012년도 중국 전체 생산량의 36%를 공급했고, 소비량의 28%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석면광산이다. 이 영화는 2012년 작품으로 감독은 주우, 2013년에 캐나다와 세계 여러 곳의 영화제에서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예전에 광천 석면광산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서 영화를 보니 어떠세요?" "중국 광산이 규모는 훨씬 크지만, 먼지 날리는 거는 영화에 나온 거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아요. 게다가 우리 때는 면마스크조차 전혀 없었으니까." 친형과 작은아버지 그리고 4명의 당숙과 6촌 친적 등 6명이 광천의 석면광산에서 일했던 직업력 때문에 석면병으로 사망하고 본인 자신도 석면 피해자인 정 선생과 극장을 나서며 나눈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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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면 소비 1위 중국, 노동자는 이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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