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기기써 있는 것처럼 줄이면 돈이 되고 남기면 환경오염이 되요
김관숙
어제 널어놓은 노란 참외껍질이 도르르 말려져 있습니다. 많이 마른 것입니다. 꼭 짜서 펴 널어놓은 잔반들은 형체를 알 수 없게 바싹 마르고는 합니다. 요즘은 볕도 뜨겁고 바람도 괜찮아 복도에 놓인 화분 위 스티로폼 접시에 음식물 쓰레기들이 하루만 지나도 깨끗하게 마르고는 합니다.
전에는 장바구니가 팡팡하게 반찬거리를 사다가 음식을 넉넉히 장만하고는 했습니다.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은 배가 불러도 아까워서 내가 다 먹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음식쓰레기 종량제 카드가 나오면서 생각도 생활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장을 볼 때는 하루 이틀 먹을거리만 샀고 또 한두 끼 먹을 만큼씩만 조리합니다.
채소는 겉대만 떼고 다 먹습니다. 얼갈이나 열무는 기생충을 생각하고 겉대를 두 겹씩 떼어서 버리고는 했는데 지금은 억센 겉대 한두 개만을 떼고 대신 우거지를 많이 만듭니다. 우거지를 삶아 나물도 만들고 또 한 번 먹을 수 있는 분량만큼씩 뭉쳐서 냉동해 두고 된장국을 끓이거나 육개장을 만들 때 꺼냅니다.
사과와 삶은 감자는 남편이 TV에 나온 명사의 말대로 껍질째 먹자고 해서 오래전부터 껍질째 먹고 있습니다. 껍질째 먹는 게 건강에 좋다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무엇을 먹어도 오래 씹어서 먹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들이 점점 말라져 종잇장 같이 돼가는 것도 재밌고 그 결과가 생활폐기물처리 비용 숫자로 만날 때는 생활비에 일조하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합니다. 일조해봤자 일이백 원이나 몇백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얻지 못하는 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