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레기, 바싹 말리면 돈이 생겨요"

[생활폐기물처리 비용 줄이기] 5월 생활폐기물처리비 190원... 재밌어요

등록 2014.06.09 16:07수정 2014.06.0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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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말라요.  종잇장 같아지는 게 재밌어요
잘 말라요. 종잇장 같아지는 게 재밌어요김관숙

"얼마 나왔어?"


수화기를 들자마자 친구가 물었습니다.

"엉?"
"음식쓰레기 말야"

그제야 나는 알아듣고 웃습니다. 지난달에도 관리비 명세서가 나오자마자 생활폐기물처리 비용이 얼마 나왔느냐고 묻더니 이달에도 묻습니다.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요 아주 재밌어요
햇볕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요아주 재밌어요김관숙

음식물 쓰레기를 꼭 짜서 바싹 말리면 무게가 얼마 되지를 않습니다. 따라서 관리비명세서에 생활폐기물처리 비용이 적게 나옵니다. 지난달보다 일이백 원이라도 적게 나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 지 모릅니다. 순전히 내 노력으로 일이백 원이 적어졌기 때문입니다. 친구도 음식물 쓰레기를 바싹 말려서 버립니다. 친구는 나보다 더 적극적입니다.

"백 구십 원 나왔어, 그 집은?"
"삼백 원 나왔지 뭐야."
"내가 이겼네"
"아휴, 우리 며느리 때문이야. 그때 며느리가 장 봐 가지고 와서는 반찬 몇 가지 해 놓고는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그 길로 갖다가 버렸거든. 그게 무게가 많이 나간 거야."


친구는 남편과 둘이 삽니다. 가끔 며느리가 장을 봐 가지고 와서 사골국도 끓여놓고 이런저런 반찬들도 만들어서 냉장고를 채워주고 돌아갑니다. 효부입니다.

"며느리에게 가르쳐 주지 않았나 보네"
"가르쳐 줬지. 근데 궁상스럽다나. 걘 그런 살림 재미를 알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나도 젊었을 때는 일이백 원 아끼는 재미를 몰랐었다는 말을 하려는데 친구가 '커피포트에 물이 다 끓었나 봐, 또 전화할게'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종량제기기 써 있는 것처럼 줄이면 돈이 되고 남기면 환경오염이 되요
종량제기기써 있는 것처럼 줄이면 돈이 되고 남기면 환경오염이 되요김관숙

어제 널어놓은 노란 참외껍질이 도르르 말려져 있습니다. 많이 마른 것입니다. 꼭 짜서 펴 널어놓은 잔반들은 형체를 알 수 없게 바싹 마르고는 합니다. 요즘은 볕도 뜨겁고 바람도 괜찮아 복도에 놓인 화분 위 스티로폼 접시에 음식물 쓰레기들이 하루만 지나도 깨끗하게 마르고는 합니다.

전에는 장바구니가 팡팡하게 반찬거리를 사다가 음식을 넉넉히 장만하고는 했습니다. 가족들이 먹다 남긴 음식은 배가 불러도 아까워서 내가 다 먹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음식쓰레기 종량제 카드가 나오면서 생각도 생활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장을 볼 때는 하루 이틀 먹을거리만 샀고 또 한두 끼 먹을 만큼씩만 조리합니다. 

채소는 겉대만 떼고 다 먹습니다. 얼갈이나 열무는 기생충을 생각하고 겉대를 두 겹씩 떼어서 버리고는 했는데 지금은 억센 겉대 한두 개만을 떼고 대신 우거지를 많이 만듭니다. 우거지를 삶아 나물도 만들고 또 한 번 먹을 수 있는 분량만큼씩 뭉쳐서 냉동해 두고 된장국을 끓이거나 육개장을 만들 때 꺼냅니다.

사과와 삶은 감자는 남편이 TV에 나온 명사의 말대로 껍질째 먹자고 해서 오래전부터 껍질째 먹고 있습니다. 껍질째 먹는 게 건강에 좋다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무엇을 먹어도 오래 씹어서 먹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들이 점점 말라져 종잇장 같이 돼가는 것도 재밌고 그 결과가 생활폐기물처리 비용 숫자로 만날 때는 생활비에 일조하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합니다. 일조해봤자 일이백 원이나 몇백 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얻지 못하는 돈입니다.

4월에는 500원이 나왔어요 조금 방심했거든요
4월에는 500원이 나왔어요조금 방심했거든요김관숙

5월에는 많이 줄었어요 지난 달 보다 310원이 줄었어요. 재밌어요
5월에는 많이 줄었어요지난 달 보다 310원이 줄었어요. 재밌어요김관숙

이제는 늙어서 실버수영장이나 다녀오고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장기나 두면서 큰소리 없이 조용히 지내는 남편은 돈을 벌던 젊었을 때부터 백 원짜리 동전 한 개를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나는 일이백 원 아끼는 재미를 몰랐습니다. 개구쟁이인 어린 자식들이 달라고 하면 언제라도 서슴없이 지갑을 열어 조립장난감(만들기) 살 돈을, 과자 사 먹을 돈을 주고는 하였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남편은 깊은 노파심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었습니다.

남편은 '5월 생활폐기물처리비용'이 190원 나왔다고 순전히 내 노력 때문이라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에 그 노파심 어린 눈빛이 아닙니다. 내 즐거움에 동참하는 반짝거리는 눈빛입니다. 그러나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즐거운 내 기분대로 떠들었습니다.  

"지난달보다 삼백십 원이나 적게 나왔어. 재밌네, 재밌어." 
#음식쓰레기 #종량제기기 #생활폐기물처리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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