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난감한 표지판 하나
송준호
그림에 잡힌 안내표지판을 보자. 위는 전북 전주시 근처에서 찍은 안내표지판 사진이다. 대충 봐도 좀 특이하지 않은가. 거리 어디서든 흔해 빠진 표지판 아니냐고?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보길 권한다. 디자인이 창의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공영주차장' 바로 밑에 쓴 영문자 표기 'Gongyeongjuchajang'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옳기는 하다. 표지판에 적힌 병음을 더듬어가며 읽으면 '공, 영, 주, 차, 장'이라고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누구더러 읽으라고 적어 걸어 놨을까.
거리의 안내표지판에 건물이나 도로의 명칭을 우리말과 영문으로 병행해서 표기하는 건 오래 전부터 보편화된 일이다. 영문 표기는 당연히 우리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림 속의 표지판의 문구도 주차할 곳을 찾을 외국인에게 공영주차장의 위치를 알려 주기 위해 새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외국인이 이런 영문자 표기를 읽고 '공영주차장'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혹시…, 글로벌 시대고 하니까 우리 운전자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고 싶었던 걸까? 그 자리에는 퍼블릭 파킹(Public Parking) 같은 말이 들어가야 합당한 것 아닐까. '사소한 것 같지만 한 가지 일이라도 제대로 해야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쓰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표지판을 바라보고 있자니 슬그머니 호기심이 생겼다. 표지판에 적힌 화살표 방향으로 100미터를 가봤다. 열심히 찾아봤지만, 그 언저리 어디에도 주차장 모양을 갖춘 공간은 없었다.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공영주차장이 있던 자리에는 이미 몇 년 전에 연립주택이 들어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과거에는 그 자리에 공영주차장이라는 게 확실히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곳에 연립주택 허가를 내줬다면 표지판 역시 내려야 했을 것이다. 혹시 인력이 부족해서 그대로 두고 있는 걸까. 요즘 애들 말로 참 '대략 난감한' 표지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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