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노화를 방지한다는 어느 제품 설명 광고
송준호
그걸 누가 모르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다. TV에 나오는 배우나 가수들에게는 세월도 비켜가는 것 같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더 한탄스럽다. 그림에 적힌 것처럼 피부 '주름 개선'이니 '리프로그래밍'이니 하는 온갖 노화방지 대책이 그야말로 대세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여자들이 운동할 때(심지어는 운전하면서도) 착용하는 마스크도 날개 돋힌 듯 팔린다.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닌 색소가 증가해서 피부노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란다. 영원한 청춘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무엘 울만이 앞서 읊조렸듯 스무 살 노인도 있고, 여든 살 푸른 청춘도 있다. 몸이든 정신이든 쉴수록 빨리 늙는다.
영혼이 늙는 게 진짜 늙는 거다. 어느 노 시인에게 이발을 그렇게 하시니까 훨씬 젊어 보이신다고 덕담을 드렸더니 빙긋 웃으시면서 그러시더란다.
"그런 소리 말게. 나는, 이발 안 해도 항상 젊다네…." 그 정도로는 위안이 안 되는가. 늙어가는 게 억울한가. 그럼 몇 가지만 감히 묻고자 한다. 당신은 혹시 굴지의 재벌 회장들만큼 부자인가.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명망을 얻었는가. 수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스타가 돼 있는가. 필생의 업적으로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가.
늙어가는 게 억울하기로 말하면 그들이 몇 배 더할지도 모른다. 몸부림을 친들 가는 청춘을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오는 백발은 또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보라. 탤런트 이순재도 최불암도 늙어가고 있다. 그 곱고 아리따웠던 소위 '트로이카'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깊다. '화면발'에 현혹돼서 제대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늙는 데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안티에이징(Anti-ageing)'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부가 아니라 '정신'이고 '영혼'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얼굴에 검버섯 피었다고 한탄할 시간이 있으면 풀잎 이슬의 영롱한 빛깔을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길 권한다. 붉은 노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라. 인생의 소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설레는 가슴으로 매일 새벽빛을 맞으라.
나이 쉰 살에 이 시 <귀천>(歸天)을 썼던 천상병 시인은 그후 15년쯤 지난 예순셋의 이른 나이에 하늘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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