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 화장실 표지판
송준호
난센스 퀴즈 하나 풀고 가자. 어느 순간 남자나 여자들 중 어느 한 쪽이 지구상에서 일시에 사라졌다고 가정하자. 그런 다음 제일 먼저 없어지는 건 무엇일가. 요즘 여자들 등살에 자칫 잘못하면 뼈도 못 추리겠다고 결의한 세상 모든 남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이 지구를 떠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난센스' 퀴즈다.
자, 다시 묻는다. 남자들이 모두 떠나고 나면 무엇이 가장 먼저, 혹은 동시에 없어질까. 매장이나 옷장 속에 걸린 남성복이 없어질 거라고? 천만에, 이미 만들어진 건 옷장이든 매장이든 한동안 남아 있다. 여자와 더불어 만들 수밖에 없는 아기가 없어질 거라고? 산부인과도 없어질 거라고? 그 또한 아니다. 이미 태어난 여자 아기들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답은 여자다. 까닭을 깊이 생각해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여자'나 '남자'는 성을 구분하자고 만들어진 상대적 개념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도 없고, 남자가 없으면 여자라는 명칭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누리는 경제적 부가 똑같다면 부자나 가난한 사람도 구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성이 극명하게 적용되는 곳이 있다. 공공 사우나와 화장실이다. 일부 국가에는 남녀가 함께 이용하는 대중목욕탕도 있는 모양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그야말로 일부에 불과하다. 어떤 남자는 여장을 하고 여탕에 들어갔다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기도 한다. 하긴 그러니까 변태라고 하는 것이지만….
남녀 화장실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그걸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쓰거나 그려서 출입문에 붙이는 문자나 그림이 비주얼 시대의 흐름에 맞게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걸 '남'과 '여'로 간명하게 적었다. 요즘에야 물론 'MAN'과 'WOMAN'이 대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