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소리는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처량하기도 하고, 머릿밑이 삐죽 설 만큼 가슴이 가슴을 떨리게 흔들어 댑니다.
임윤수
울릴 거라고 했습니다. 하늘아래 첫 산사, 우리나라에 있는 무수한 절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지리산 법계사에서 지난 5월 16일,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하듯이 헬기를 타고 올라간 범종을 울리는 타종식이 6월 10일 봉행될 거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절, 그 절에 있는 범종, 그 범종이 울려줄 첫 범종 소리, 지리산 자락을 휘감고 돌아올 울림….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그렇게 기대되는 범종이 쏟아낼 첫 범종소리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어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9일 다시금 법계사를 다녀왔습니다.
50년 지기 고향친구들과 동행한 법계사 가는 길혼자 걷는 걸 좋아하지만 때로는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걷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슴이 벅찰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순간, 그 순간에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그 가슴 벅찬 행복감을 혼자 누리기엔 너무 아쉬워 50년 지기 고향친구 세 명과 동행했습니다.
50년 지기 친구라고 하니 언뜻 며칠 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선 다툼을 하던 '50년 지기'라는 말이 연상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뭔가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할 까닭도 이유도 여건도 없는 친구들입니다. 두 친구, 형열이와 덕한이는 고향을 지키며 농사를 짓고, 영철이는 슈퍼를 운영하는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