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과 돈 호세역의 니노 슈굴랏제와 스테파노 쎄코.
수지오페라단
이번 공연의 1막에서 특별한 점은 카르멘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세 여신들을 새로이 설정한 점이다. 마리오 데까를로(Mario De Carlo) 연출은 카르멘을 성모 마리아, 요부, 뮤즈로 보고, 그것을 세 '운명의 여신들'로 캐릭터화해 서곡과 4막에 등장시켰다. 카르멘의 어린시절이 1막에 등장하게 되며 그녀에게 운명의 여신들이 금단의 꽃을 건네주는 장면으로, 극 전체를 관통하는 카르멘의 복합적인 성격과 상징을 보여주었다.
2막 '파스티야의 술집'이 되면 무대가 갑자기 위쪽으로 움직이면서 아래쪽 지하가 1층높이로 올라온다. 즉, 지하와 지상을 반반씩 갈라 보여줌으로써, 파스티야의 술집 지하세계를 실감 있게 표현한다. 카르멘은 다른 집시여인들과 함께 나른한 느린 템포로 시작해 점점 빠른 템포로 휘몰아치는 '집시들의 노래'를 부르는데, 니노 슈굴랏제는 카르멘이 환생한 듯 집시춤까지도 완벽하고 매혹적으로 소화했다.
이 때 에스카미요 역의 제짐 미쉬케타가 강렬하고 화려한 음색으로 '투우사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다. 2막에서는 카르멘과 집시 친구들이 '여자들이 없으면 (밀수)일을 못한다'는 내용으로 코믹하고 경쾌하게 노래하는 집시들의 5중창이 극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한편, 돈 호세 역의 마리오 말라니니는 '꽃노래'에서 카르멘에게 매료된 마음을 낙천적이고 순수한 마음이 보이는 음색으로 잘 노래해 관객으로부터 브라보를 받았다. 귀대시간을 놓친 호세는 결국 카르멘 일당의 밀수업에 가담하게 된다.
3막은 카르멘과 집시 일당들의 밀수 장면이다. 객석에서 밀수업자 행렬이 등장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이끌었다. 카르멘의 두 집시친구 프라스키타(파올라 산투치 분)와 메르세데스(이레네 몰리나리 분)가 카드점을 보며 미래를 점치는 장면도 두 소프라노 가수의 독특한 표정과 열창으로 보고 듣는 재미를 주었다.